[단독] 이효리 ‘스포 해프닝’이 가짜뉴스로 비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3일 06시 57분


이효리의 미공개 화보(위쪽 사진)가 한 누리꾼의 ‘손’을 거쳐 6월 발매될 새 앨범의 스포일러 사진(아래쪽 사진)으로 둔갑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스포일러로 오인된 사진 속 이효리 머리색은 염색까지 돼 있다. 사진출처|이효리 팬카페 효리투게더
이효리의 미공개 화보(위쪽 사진)가 한 누리꾼의 ‘손’을 거쳐 6월 발매될 새 앨범의 스포일러 사진(아래쪽 사진)으로 둔갑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스포일러로 오인된 사진 속 이효리 머리색은 염색까지 돼 있다. 사진출처|이효리 팬카페 효리투게더
‘작곡가 김도현 공개한 신보’로 등장
일부 인터넷 매체들 그대로 기사화
알고보니 다른작가의 미공개 작품
“속보집착 언론, 가짜뉴스 역풍 위험”

새 앨범 작업에 한창인 이효리가 만우절에 ‘스포일러’ 해프닝을 겪었다. 하지만 단순히 웃고 넘어갈 사안을 넘어 ‘사회의 위협적 요소’로 떠오른 가짜뉴스에 대한 경종이 되고 있다.

1일 새벽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효리 신보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사진이라며 1장의 사진이 올랐다. ‘그깟 사랑 17. 04. 22’라는 문구를 배경으로, 한 여성이 고개를 숙이고 셔츠와 속옷을 걸친 채 통기타를 짚고 있는 모습을 담은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이었다.

‘그깟 사랑’은 과거 이효리가 방송에서 깜짝 공개한 미발표 자작곡. 6월쯤 6집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이효리가 4월22일 ‘그깟 사랑’을 선 공개 싱글로 발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특히 캡처된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효리 신보 작업을 맡은 작곡가 김도현의 아이디와 동일해 ‘김도현이 공개했다가 급히 삭제한 이효리 신보 스포일러’란 제목으로 온라인에 퍼져나갔다.

여기에 또 다른 이효리 사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효리가 침대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작곡가 김도현이 만우절을 기념해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한 사진’이란 설명이 더해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효리 새 앨범 화보로 여겨졌고, 빠른 속도로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문제는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이를 “이효리의 신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사진”이며 “김도현이 올렸다가 삭제한 사진”이라며 누리꾼을 인용해 그대로 기사화하면서 벌어졌다. 한 매체가 시작한 보도를 다른 매체들이 잇따라 전하면서 2일 오후 3시 현재 관련기사가 온라인상 게재되어 있다. 사진을 올린 사람으로 지목된 김도현은 뒤늦게 상황을 접하고 1일 오후 “사진 올린 기억도 없고, 이런 사진 가지고 있지도 않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해당 사진은 3월31일 이효리 팬카페 ‘효리투게더’에 오른 미공개 화보로, 연예계 스타들과 패션화보를 작업해온 유명 포토그래퍼 목나정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또 이효리는 새 앨범 재킷 화보 작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다. 결국 어느 누리꾼이 장난삼아 올린 게시물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대중에겐 진짜로 인식된 것이다.

이는 이효리 새 앨범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클릭수 증가와 속보에만 집착해온 기존 언론은 가짜뉴스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언론이 사실보도로 신뢰를 회복해야 사람들이 SNS 정보가 아닌 언론의 보도를 믿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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