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수는 12시·팬덤가수는 18시 노려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8일 06시 57분


가수 태연-에일리-구구단. 사진제공|동아닷컴DB·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가수 태연-에일리-구구단. 사진제공|동아닷컴DB·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 실시간 음원 차트 개편 첫날

에일리 12시-구구단 18시 새 앨범 공개
직장인 점심시간-학생들 하교시간 공략
전날 발표 러블리즈 차트 오류 해프닝도
하루 지나 줄세우기 여전…실효성 의문

태연은 낮 12시, 구구단은 오후 6시, 러블리즈는 밤 10시 그리고….

음원사이트들이 27일부터 실시간차트 개편을 단행하면서 가요계에 펼쳐진 다양한 풍경이다. 멜론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들이 낮 12시∼오후 6시 사이에 발표한 음원만 당일 반영하고 그 외는 다음날 오후 1시부터 집계하는 실시간 차트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각 가수들은 최선의 시간을 찾느라 분주한 표정이다.

에일리는 27일 정오 ‘낡은 그리움’을 발표했다. 이어 태연은 28일 낮 12시 첫 정규앨범 ‘마이 보이스’를 공개한다. 반면 걸그룹 구구단은 27일 오후 6시 두 번째 미니앨범 ‘나르시스’를, 비투비는 3월6일 오후 6시 10번째 미니앨범 ‘필름’을 선보인다. 비교적 대중적 감성을 노리는 가수는 낮 12시, 팬덤의 지원이 필요한 아이돌 가수는 오후 6시에 공개하는 양상이다. 각각 직장인들의 점심시간과 학생들의 하교시간을 노린 전략이다.

하지만 팬덤 의존형 아이돌 가수들은 ‘오후 6시 공개’를 마냥 따르기엔 찜찜한 면도 없지 않다. 각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이 순위 집계의 중요한 요소로 삼는 주간차트를 위해선 가능한 한 많은 시간 노출해야 해 ‘월요일 0시 발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월 컴백을 예고한 가수들은 아직 음원 공개 시간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개편 직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3월2일 두 번째 앨범을 내는 남성그룹 빅톤은 사흘 앞둔 27일 현재 “아직 음원 공개 시간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3월6일과 7일 각각 새 앨범을 발표하는 여자친구와 B.A.P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눈치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해프닝도 빚어졌다. 러블리즈는 애초 27일 0시 신곡 ‘와우’의 음원 발표를 계획했지만 실시간 차트 개편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2시간 앞당겨 일요일인 26일 오후 10시 음원을 공개했다. 11시 멜론 실시간 차트에 17위로 진입한 뒤 0시 차트에서는 사라졌다 1시간 만에 다시 올랐다. 멜론 측은 “시스템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 일간 차트 집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낸 음악사이트들의 실시간 차트 개편을 두고 가요계에선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인위적 순위 상승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음원 공개를 낮 12시로 유도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음원 발표 하루가 지나면 새벽시간 ‘줄 세우기’가 다시 나타나는 현상까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한 기획사 대표는 “실시간 차트가 존재하는 한 팬덤 경쟁은 불가피하다. 팬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실시간 차트의 존재 자체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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