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아빠본색’에 출연 중인 탤런트 이한위 씨 가족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학동로 박술녀 한복에서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인사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매일매일을 설날처럼 재미있게 또는 ‘힘들게’ 보내는 가족이 있다.
탤런트 이한위 씨 가족이다. 56세인 아빠 이 씨와 37세 엄마 최혜경 씨, 초등학생 큰딸과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5세 막내아들. 5세부터 50대까지 보기 드문 한 지붕 다섯 가족이다.
설을 앞두고 경기 김포시 이 씨의 자택에서 부부를 만났다.
두 사람은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아빠본색’(매주 수요일 오후 9시 30분)에서 보여준 모습과 같았다. 취재진 앞이라고 더 꾸미는 것도, 내숭도 없었다. 방송에서 보던 애교 넘치는 아내, 투덜거리지만 이를 다 받아주는 남편의 모습 그대로였다. 19세 나이 차가 무색한 이들 부부에게 설과 가족의 의미를 들어봤다. ―가족의 설날은 어떤 모습인가.
▽이한위=고향인 광주로 꼭 내려간다. 촬영 일정상 어쩔 수 없이 내려가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개 3박 4일 이상 고향집에서 머무른다.
―아내와 시댁 식구가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 ▽최혜경=전혀 없다. 오히려 시어머니나 큰형님께서 큰 기대를 안 하셔서 부담감이 없다(웃음). 두 분이 워낙 음식을 잘해 보조 역할만 한다. 결혼 초기에는 음식 간을 보라고도 했는데 항상 맛있다고만 하니까 간도 보지 말라고 말씀한다. 호호호. ▽이=아내가 막내아들을 임신하고는 힘들어했다. 그래서 시댁에 가서 편하게 쉬고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혼자 광주 시댁에 가서 열흘 정도 쉬고 올라오더라. 시어머니가 밥해주고, 큰형님은 상을 치우고. 그때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아내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최=그 시기 덕분에 시댁에 가는 것이 편해진 것 같다. 남편 없이도 애들만 데리고 종종 시댁에 간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큰엄마 큰아빠와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조카들과 잘 놀아주니까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결혼 전후 달라진 명절 풍경은…. ▽이=가족과 함께 어울리면서 ‘맛’이 다양해졌다. 연말에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은 꼭 상을 타러 가서가 아니라 연예인 동료들을 다 함께 만나는 맛 때문 아닌가. 명절도 마찬가지다. 자주 뵙지 못하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맛. 결혼하고 아이들과 함께 가니 더욱 맛있어졌다. ▽최=자녀와 부모 사이에도 직접 말하기 힘든 것이 분명 있는데, 명절 때마다 가서 들어주고, 대신 돌려서 전해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가족들이 명절을 더 뜻 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세 자녀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이=그냥 예쁜 것이 아니라 ‘미쳐버릴’ 정도로 예쁘다. 20대나 30대에 자식을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50대 후반에 아이들과 뽀뽀하고 껴안고… 일상의 행복이 너무 많다. 내 인생에서 가잘 잘한 것 중 하나가 아이 셋을 둔 것이다.
▽최=주위에 은근히 다자녀 가족이 많다. 개그맨 정성호 씨는 아이가 넷이고, 가수 윤종신과 개그맨 정종철 씨 부부도 자녀가 셋이나 된다.
―‘아빠본색’에 출연한 뒤 달라진 점은….
▽이=추억이 많아졌다. ‘아빠본색’이 없었다면 아이들과 추억거리를 일부러 만들겠다고 나서지는 못했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방송을 통해 나간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든지 하는 내밀한 가족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다.
▽최=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촬영을 하는 날도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야 하고, 학교나 유치원에 가기 위해 컨디션 관리를 해줘야 한다. 촬영을 위해서 뭘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평소 모습과 달라진 것 없이 지낸다. ―아내의 애교가 화제다.
▽이=방송에선 평소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또래 친구들이 문화 충격을 느낀 경우가 많다. 부럽다고 말하는 친구도 많은데. 같이 살면 ‘애교에 지쳐 죽을 놈’들이 꼭 부럽다고 하더라(웃음).
▽최=원래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화제가 된다니 놀랐다. 안 그래 ‘여버∼’.
▽이=징그럽다. 자제해라. ―세대 차는 안 느끼나.
▽이=당연히 세대 차가 있다. 나이 차가 적다고 다 잘사는 것도 아닐 거다. 나이 차가 많으니 편한 것은 아니다. 서로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가끔씩 아내가 반말로 ‘이한위∼’ 라고 할 때면 깜짝 놀라는 것은 사실이다.
▽최=나이 차를 생각했으면 결혼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배려하고 맞추면서 재밌게 지낼 뿐이다. 그리고 아이 셋을 키운다는 것은 매일이 ‘전쟁’이라는 뜻이다. 세대 차를 느낄 겨를이 없다.
―새해 소망은….
▽이=새해에는 더 의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계획이다. 드라마와 예능 등의 출연 계획도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건강. 이게 바람의 전부다.
▽최=한겨울에 딸기 같은 맛있는 과일을 많이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올해 소원은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 많이 해주고 재밌게 지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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