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드라마, 재방송이 진화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6시 57분


SBS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KBS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사진제공|문화창고·스튜디오드래곤·콘텐츠케이
SBS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KBS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사진제공|문화창고·스튜디오드래곤·콘텐츠케이
‘푸른바다의 전설’ 감독판으로 재구성
‘우사남’ 특별판으로 시청률 반전 노려

재방송이 진화하고 있다. 주말 낮 시간을 이용해 단순히 본방송을 그대로 방송하거나 압축하는 형태였던 재방송이 ‘특별판’ 혹은 ‘감독판’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영화에만 해당했던 것으로 보였던 ‘새로운 시선의 재편집’이나 ‘시간(분량)을 대폭 늘려 못 다한 이야기’를 모두 담는 ‘감독판’ 또는 ‘확장판’의 개념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 “재탕? 새롭게 편집한 특별판!”

SBS는 전지현·이민호 주연의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2회분을 ‘감독판’으로 꾸며 일요일인 20일 선보였다. 본방송 미공개 내용을 더 담았고, 시간도 회당 8분씩 추가했다. SBS는 “방송 1회 만에 시청률 16.4%를 기록하며 수목극 1위에 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방송 역시 1회(3.3%), 2회(5.5%)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진짜 의도는 시청률 반등이나 상승 효과를 겨냥한 전략이다. 본방송을 보지 못한 시청자를 위한 ‘재탕’ 수준에 머물지 않고, 미공개 장면이나 새롭게 편집한 드라마로 호기심을 부추겨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앞서 종영한 KBS 2TV ‘공항 가는 길’이 그 실례다. 3회 방송 전 1, 2회를 특별판으로 꾸몄고 3회차는 2회(7.5%)보다 1.5%P 상승한 시청률 9%를 기록했다. 박보검이 주연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특별판 방송 후 시청률이 달라졌다. 10월29일 1, 2회를 압축한 특별판을 3회 방송 전 공개해 관심을 이끌어냈고, 덕분에 방송 3회 만에 시청률이 2배나 급등해 16.0%를 기록하는 효과를 봤다.

연출자 김성윤 PD는 21일 “사실 1, 2회는 본방송 시간에 쫓기는 부분이 있다. 방송 후 시청자 반응을 보고 재편집한다”면서 “최근 드라마가 3, 4회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추세여서 1, 2회에서 얼마나 시청자를 잡아두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송 4회 안에 성패가 갈린다’는 법칙이 새로운 방송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일명 ‘한 번에 몰아모기’를 통해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 “시청률 상승효과 도움? 반반”

하지만 이런 의도가 반드시 통하는 건 아니다.

KBS는 20일 오후 2TV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특별판을 공개했다. 1회부터 8회까지 분량을 125분으로 압축, 재구성했다. KBS 측은 “시청자 요청이 잇따라 한 편의 영화 같은 특별판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방송이 평균 4%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시청자 요청에 따른 것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첫 방송 이후 급락하는 시청률을 막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재방송 시청률은 2.2%였고, 평상시 주말 같은 시간대 재방송과 비교해도 떨어진 수치다. 6일 3.2%, 13일 2.8%였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달의 연인), MBC ‘W’,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 등도 마찬가지로 시청률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달의 연인’은 9월3일 1∼3회까지 내용을 재편집한 ‘감독판’을 공개했다. 처음 보는 시청자도 쉽게 내용을 따라갈 수 있도록 자막 등을 새로 입히고 시청률 반등을 노렸지만, 오히려 4회 방송은 1.3%포인트 하락한 5.7% 수치를 나타냈다. ‘W’와 ‘함부로 애틋하게’는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초월해 이야기를 전개한 만큼 특별판으로 시청자의 이해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역시 시청률 상승에는 직접적인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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