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성, 배우는 지옥·감독은 행복…그야말로 ‘아수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8일 06시 57분


최근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새로운 면모로 시선을 모은 배우 정우성. 새 영화 ‘아수라’의 주연인 그는 “배우가 가장 멋있어 보이는 순간은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했을 때”라고 말한다.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최근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새로운 면모로 시선을 모은 배우 정우성. 새 영화 ‘아수라’의 주연인 그는 “배우가 가장 멋있어 보이는 순간은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했을 때”라고 말한다.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 ‘잘 생긴 또라이’ 정 우 성…그가 말하는 영화 ‘아수라’

권력 하수인, 심적으로 견딜수 힘들어…
캐릭터에 빠진 날 보고 성수 형은 흐믓
스타로 남기 싫어 장편영화 연출 도전
새 별명 ‘잘 생긴 또라이’ 맘에 들어요

“아직 모자라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정우성(43)에게 ‘치솟는 예매율에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경쟁작이 딱히 없다고들 하니, 더 올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개봉을 하루 앞둔 정우성의 영화 ‘아수라’(제작 사나이픽쳐스)의 27일 현재 예매율은 66%.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는 이례적일 만큼 높다.

정우성은 단단히 각오한 눈치다. ‘악인들의 전쟁’으로 표현될 만한 영화에서 욕망과 선의, 배신과 의리가 교차하는 인물 한도경 형사로 나선다. 객관적으로는 비열하다고 지탄받아야 할 인물이지만 정우성이 연기하면 마음 놓고 욕할 수 없다.

“한도경을 떠올릴 때 ‘멋’은 생각지 않았다. 멋스러운 행동, 그런 연기도 불필요했다. 배우가 가장 멋있어 보이는 순간은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할 때 아닌가.”

진지하다가도 엉뚱하게 돌변하는 면모는 그가 지닌 최고의 매력 같았다. ‘멋’을 이야기하던 그는 대뜸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내가 멋있다고)느낀다”며 웃었다. 최근 자신에게 새롭게 붙은 별명이 ‘잘 생긴 또라이’, ‘잘또’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는 더 크게 웃으며 “아주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렇다고 정우성을 가벼운 사람이라고 여겨선 곤란하다. 사람을 ‘믿을 줄’ 아는 남자다. 신인이던 19년 전, 영화 ‘비트’를 함께 했고 이후 ‘태양은 없다’와 ‘무사’를 함께 작업한 연출자 김성수 감독을 향한 변함없는 신뢰는 이번 ‘아수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아무 것도 모르던 나에게 영화 작업이 무엇인지, 어떤 재미를 찾아야 하는지, 자신감을 일깨워준 사람이 (김)성수 형이다. 선배이자 스승이다.”

배우 정우성.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배우 정우성.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아수라’는 재개발 열풍이 불어 닥친 한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정우성은 가차 없는 살인도 마다지 않으며 권력을 취하는 시장(황정민)의 하수인. 하루하루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심적으로 견딜 수가 없었다. 하루는 성수 형에게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런 내 말에 형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더라. 하하! 영화에서 나를 지배하는 핵심은 스트레스다. 그 스트레스가 일상의 내게도 영향을 미친다. 개봉을 앞둔 지금도 그렇다. 영화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독한 감독과 작업”이라고 ‘아수라’를 돌이킨 정우성이었지만 만약 김성수 감독이 또 다른 영화를 제안한다면 “흔쾌히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촬영이 끝날 무렵, 배우들끼리 이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서로 서운해 했다”며 “다른 작업을 구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수라’ 이후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우성은 최근 배우 이정재와 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세웠다. 얼마 전 단편영화를 연출한 그는 곧 장편영화도 착수할 계획. “더는 미루지 않겠다”며 “나만의 색깔을 드러낼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배우가 영화에서 연기 이외에 다른 파트를 맡아 도전하는 일은 중요하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를 이해하는 기회이니까. 동료의식이 없다면 그저 스타로만 남는다. 동료들에게까지 스타로 군림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런 정우성이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결혼 계획’. 역시나 질문을 받자마자 “물어보지 말아 달라”는 답변부터 꺼냈지만, 모른 척하지 않았다.

“20대 때는 빨리 결혼하려 했다. 하지만 어려운 인생만큼 사랑은 더 어렵지 않나. 우주와 또 다른 우주가 결합하는 일이고. 한때 내 꿈은 좋은 아빠였다. 어릴 때 부유하지 않아서 그런지 결핍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채워주는 존재가 아빠이길 원하던 때도 있었다.”

● 정우성


▲1973년 3월20일생 ▲1992년 의류 모델로 데뷔 ▲1994년 영화 ‘구미호’로 연기 시작 ▲1995년 드라마 ‘아스팔트의 사나이’로 SBS 연기대상 신인연기상 ▲1997년 영화 ‘비트’, 청춘의 상징으로 스타덤 ▲2004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부터 멜로에 주력. 이후 ‘새드무비’ ‘데이지’ ‘중천’에서 각각 손예진·임수정·전지현·김태희와 호흡 ▲2013년 ‘감시자들’ 통해 존재 각인 ▲ 영화제작자로도 활동, 2015년 첫 작품 ‘나를 잊지 말아요’ 개봉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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