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PD·의사·변호사…드라마 주인공의 뻔한 직업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의 엄태웅,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주연 김희애(맨위부터)가 극중 방송프로그램 PD 역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출처｜KBS·SBS 방송화면 캡처

선망의 대상 직업에 대한 대리충족 한몫
의학드라마 흥행 따른 의사캐릭터 단골
직업에 대한 묘사 좀 더 다양성 찾아야

PD, 의사, 변호사가 드라마 주인공의 단골 직업으로 떠올랐다. 주인공 캐릭터의 전통적인 직업이기도 하지만 최근 집중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국내 직업수 1만1440개에 비춰 드라마 속 직업은 획일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실과 괴리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 의사? “의학드라마의 흥행 덕분”

드라마 속 가장 대표적인 직업은 의사다. 오래 전부터 의학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인공 캐릭터의 단골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와 2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는 병원을 배경으로 하면서 대부분 인물이 의사로 등장한다. 의학드라마는 아니지만 MBC 수목드라마 ‘W’에서도 여주인공 한효주가 의사이며,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끈 KBS 2TV ‘태양의 후예’의 송혜교도 흉부외과 전문의였다. 이재룡은 25년의 연기생활 동안 3번이나 의학드라마(1994년 MBC ‘종합병원’, 2008년 MBC ‘종합병원2’, 2016년 ‘뷰티풀 마인드’)에서 의사로 출연했다.

이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의학드라마는 대체로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면서 “의사에 대한 직업적 선망이 대리충족의 측면을 강화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PD는? “제작진의 익숙한 일상?”

최근에는 방송프로그램 PD가 드라마에서 또 다른 주요 직업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의 엄태웅,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주연 김희애는 각각 다큐멘터리와 예능프로그램 그리고 드라마라는 장르만 다를 뿐 방송프로그램 PD라는 공통점으로 묶인다.

KBS 강병택 CP는 “PD가 드라마의 직업으로 자주 등장한 것은 그동안 의사 등 전문직을 많이 다루면서 그 이외의 전문직 중 가까이 있는 직업을 다뤄보자는 의도이다”고 밝혔다. 김 평론가는 “의사와 달리 PD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한 경우가 많은데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며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자신들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극화한다는 점에서 익숙할 직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 더 다양한 직업이 나와야

의사나 PD 등은 사실 드라마의 전통적인 주인공 캐릭터의 직업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다만 “일부 직업만을 집중적으로 그리는 드라마의 경우 직업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 더욱 참신한 시도에 나선 경우도 있어 눈길을 모은다. 최근 ‘W’의 웹툰작가나 지난달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의 게임개발자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으로도 새롭게 주목받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드라마 제작진이 그만큼 트렌드를 흡수해 담아내는 데 발이 빨랐음을 말해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회적 흐름과 변화를 포착하고 그 속에서 참신한 스토리를 찾아내야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면서 “직업에 대한 묘사도 그런 방향에서 좀 더 다양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