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야 사는 로코퀸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18일 06시 57분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의 민아-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서현진(아래). 사진제공|SBS·tvN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의 민아-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서현진(아래). 사진제공|SBS·tvN
‘미녀 공심이’ 민아 ‘또 오해영’ 서현진 ‘운빨로맨스’ 황정음…

미녀 연기자들이 드라마 속에서 일그러진 얼굴로 울부짖고,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모습은 이제 예삿일이다. 때로는 ‘엽기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과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는 환영하고 열렬히 지지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힘이다.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의 민아(걸스데이),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의 서현진이 그 덕을 톡톡히 받고 있다. 마지막 주자는 25일 첫 방송하는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의 황정음이다.

● “시청자와 감정 밀착도 높아”

‘미녀 공심이’의 공심(민아)은 모든 것이 완벽한 언니와 비교당하고 취업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원형탈모를 겪는다. 이를 감추기 위해 바가지 모양의 단발머리 가발을 쓰고 다닌다. 우스꽝스럽지만 서러워 우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는 그가 처한 현실에 공감한다.

‘또 오해영’의 오해영(서현진)은 결혼 하루 전날 파혼하고 엄마에게 온갖 구박을 받는다. 서른 넘어 친구들은 모두 짝이 있고, 회사 외에는 마땅히 일이 없다. 16일 5회에서 “나 진짜 심심하다”고 소리치며 우는 장면에서 많은 여성 시청자가 공감했다. ‘나를 보는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운빨로맨스’의 심보늬(황정음) 역시 충분히 ‘망가질’ 듯한 태세다. 이미 공개된 예고편은 그의 새로운 모습에 기대를 걸게 한다.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는 매력도 가득하다. 일부 여성이 새해가 되고, 남자친구와 관계가 심상치 않을 때 점을 보는 것처럼 운명과 신을 맹신하는 캐릭터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17일 “망가지는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는 연민을 느끼는 등 밀접하게 감정을 교류한다”며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와 결합하면서 재미와 웃음까지 전해 시청자가 편하게 접근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 “이미지 변신에 지름길”

여자 연기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이미지 변신의 방법은 섹시해지거나 친근해지기다. 보는 이들은 외형적인 모습으로부터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시함은 표현 방법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부담감이 있다. 친근함은 시청자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어 더욱 선호한다.

누구나 겪을 만한 일들을 콧대 높을 것만 같은 여자 연기자들이 극중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모습이 신선하다. 2005년 방송한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선아가 연기를 위해 살을 찌우고, 늘어난 티셔츠 차림에 마스카라 번진 채 우는 모습은 상당히 파격적인 모습으로까지 비쳤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시청자는 ‘나 그리고 우리 언니’ 같음을 느꼈다. 무대 위에서 섹시했던 민아와, 사극에서 단아함을 드러냈던 서현진의 변신이 즐거운 이유다.

민아의 소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7일 “데뷔 이후 줄곧 섹시함을 강조했기에 지금까지와 다른 민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특히 망가지는 캐릭터는 그 변화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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