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중국의 ‘송중기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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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상 국가 우르크에 파견된 특전사 장교(송중기)와 여의사(송혜교)의 달달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스토리보다 더 비현실적인 것은 남자 주인공의 비주얼이다. 군복도, 작열하는 태양도 송중기의 빛나는 피부를 가리진 못한다. 게다가 손발을 오글거리게 하는 대사라니. “그때 허락 없이 키스한 거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여자들 쓰러진다.

▷‘태양의 후예’는 처음부터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100% 사전 제작했다. 중국이 TV 드라마에만 적용했던 사전심의제를 작년 1월부터 인터넷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바람에 3개월 전에 미리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저절로 ‘쪽대본’이 없어졌고 작품성도 높아졌다. 그 덕분에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서비스된 1, 2편은 4억 뷰를 넘어섰다. 이런 속도라면 ‘별에서 온 그대’의 누적 조회수 37억 뷰를 넘는 건 시간문제다. 중국의 한 언론은 “중국 여성들이 김수현(별에서 온 그대)이라는 마약에서 깨어나기가 무섭게, 더 강력한 마약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급기야 지난 주말 중국 공안부가 일명 ‘송중기 주의보’를 발령했다.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 18편을 몰아 보던 여대생이 급성 녹내장에 걸려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4대악 타격’이라는 공안부 웨이보는 “태양의 후예가 방영된 후 수천만 소녀 팬의 상당수가 ‘송중기 상사병’에 걸렸다”며 한국 드라마가 법률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송중기 드라마 때문에 싸움 끝에 이혼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는 약과다. 송중기에게 반한 아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진관을 찾은 20대 남성이 “송중기와 똑같이 찍어 달라”고 사진사를 괴롭히다가 경찰에 신고당한 일도 있다고 한다. 중국을 뒤흔든 태후의 마력을 ‘송중기 언어’로 마무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잘 만든 드라마가 중국 당국의 규제와 일본 내 혐한 감정으로 식어가는 한류에 불을 붙여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지 말입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송중기#중국#태양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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