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는 너무 하얗다?…美 아카데미 시상식 인종차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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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 So White), 이 말은 진실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1929년 시작해 올해까지 88번째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한 흑인은 고작 15명뿐이다. 최근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완화됐을까. 동아일보가 2000~2015년 16년간의 남녀 주연상 조연상 감독상 작품상 공로상 등 주요 7개 부문을 조사한 결과, 112개 부문 중 흑인에게 돌아간 상은 모두 1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29~1999년 총 4개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다.

첫 흑인 수상자는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해티 맥대니얼이다. 하지만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두 번째 흑인 수상자가 나오기까지 27년이 걸렸다. 2002년 포이티어가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고 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동시에 남녀주연상을 타기도 했지만, 전체 수상자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다. 2014년에는 루피타 농요가 ‘노예 12년’으로 여우조연상을 탔고 같은 작품이 작품상을 수상했다.

올해 역시 흑인 배우가 남녀 주·조연상 후보에 2년 연속 오르지 못한데다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이나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후보가 발표된 뒤 스파이크 리 감독, 배우 윌 스미스 등 흑인 영화인이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대니 보일 감독, 배우 맷 데이먼 등 백인 영화인까지 시상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는 힙합의 탄생과 흑인 랩퍼들의 인생을 다룬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아프리카 소년병의 이야기를 그린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등 흑인 감독이 연출했거나 흑인 배우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화제작이 여럿 있다. 하지만 이 중 ‘스트레이트…’ 만이 각본상 후보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삶을 다룬 ‘셀마’가 남우주연상, 작품상 등의 후보로 점쳐졌지만 주제가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아카데미는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 동성애자 등 다른 소수계층에 대해서도 폐쇄적이다. 2001년 영화 ‘와호장룡’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흥행수입 1억 달러를 넘기며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작품상은 ‘글래디에이터’에 돌아갔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배우가 주·조연상을 수상한 사례도 없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배우 이안 맥켈런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는 영악하게도 동성애자를 연기한 이성애자 배우에게는 상을 준다. 왜 이성애자를 연기한 동성애자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보수성과 폐쇄성을 공격받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올해 아카데미는 한국영화계에는 ‘선물’을 안겨줬다. 바로 배우 이병헌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시상식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이병헌은 상을 시상하거나 특정 인물, 혹은 영화를 소개하는 발표자(presenter)로 초청돼 무대에 선다. 시상식 축하무대를 주제가상 후보곡으로 꾸미는 시상식 관례 상 소프라노 조수미 역시 무대에 설 가능성이 있다. 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삽입곡 ‘Simple Song’이 현재 아카데미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아카데미 인종차별 논란 말말말

스파이크 리 감독
“어떻게 2년 연속 후보 배우 40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질 수 있는가? 우리는 연기를 할 줄 모른단 말인가?”

윌 스미스
“지금으로선 시상식에 가기 괜찮다고 말하기 불편하다. (불참 결정은) 시상식을 지켜보며 자신들이 대변되지 못한다고 여길 어린이들을 위한 일이다.”

윌리엄 메이시(배우·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회원 상당수가 영화를 다 보지도 않고 투표한다. ‘영화는 안 봤지만 난 이 사람 평소에 좋아했으니까’라는 식이다.”

마이클 케인
“흑인이기 때문에 그 배우에게 투표할 수는 없다. 인내심을 가져라. 나 역시 오스카를 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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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국 최대 영화 축제 아카데미 시상식이 2년 연속 수상 후보 명단을 백인으로 채우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되자, 흑인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보이콧 움직임이 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이 지난 13일 발표 명단이었다.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이었던 것. 이후 SNS 상에서는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비난이 확산됐다. 

 분노한 흑인 영화인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흑인 민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거부 방침을 밝혔다. 유명 흑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2년 연속 남녀 조주연상 후보 40명 중 어떻게 유색 인종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느냐”며 “백합처럼 흰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지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이자 배우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시상식에 참석

【서울=뉴시스】미국 최대 영화 축제 아카데미 시상식이 2년 연속 수상 후보 명단을 백인으로 채우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되자, 흑인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보이콧 움직임이 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이 지난 13일 발표 명단이었다.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이었던 것. 이후 SNS 상에서는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비난이 확산됐다. 분노한 흑인 영화인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흑인 민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거부 방침을 밝혔다. 유명 흑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2년 연속 남녀 조주연상 후보 40명 중 어떻게 유색 인종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느냐”며 “백합처럼 흰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지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이자 배우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시상식에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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