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매치업!②]‘대호’ 최민식 “선택 이유? 메시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8시 00분


최민식은 영화 ‘대호’를 촬영하며 전국 첩첩산중을 헤맸다. 눈에 보이진 않는 대호와 연기하며 “대자연 속에서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느꼈다. 사진제공|사나이픽쳐스
최민식은 영화 ‘대호’를 촬영하며 전국 첩첩산중을 헤맸다. 눈에 보이진 않는 대호와 연기하며 “대자연 속에서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느꼈다. 사진제공|사나이픽쳐스
■ 무비 매치업|‘대호’ 최민식 vs ‘히말라야’ 황정민

이보다 막강한 대결은 일찍이 없었다. 배우 최민식(53)과 황정민(45)이 16일 극장가에서 불꽃 대결을 벌인다. 주연영화 ‘대호’와 ‘히말라야’를 갖고서다. 이들의 연기는 더는 논할 대상이 아니다. 최근 출연작마다 폭넓은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대중이 이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엿볼 수 있다. 개봉을 앞둔 두 배우를 차례로 만났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분명했다.


● 영화 ‘대호’ 최민식

“‘대호’의 정서를 느끼고 싶었다.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정성스레 비는 정서와 같은 영화다”

최민식은 호랑이를 닮았다. 오래도록 한 길을 걸어온 묵직함, 한걸음씩 신중하게 내딛는 선택, 그렇게 참여한 작품으로 대중에게 믿음을 전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 ‘대호’(감독 박훈정·제작 사나이픽쳐스)와 최민식의 만남은, 어쩌면 예정된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최민식에게 물었다. ‘대호’를 왜 택했느냐고.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특유의 ‘만연체 대화법’을 구사하며 ‘대호’를 향한 믿음을 전했다. 한정된 지면에 그의 말을 전부 담기는 어렵다.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극장에서 ‘대호’를 보는 게 더 낫다.

“프로젝트 얘기를 오래 전부터 여기저기서 들었다. 그럴 땐 ‘어떻게 만들까, 가능한가’ 그런 생각이 앞섰다. 어느 배우가 거절했단 소리도 듣고. 그럼에도 내가 한 이유? 결국은 메시지다. 대자연의 숭고함, 그 앞에 놓인 인간,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믿음이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산군님’으로 불리는 큰 호랑이, 대호(大虎)다. 지리산에 마지막으로 남은 신적인 존재다. 조선을 수탈하려는 일제는 호랑이 등 맹수를 모조리 잡아 죽이려 하고, 사냥꾼들은 제각각의 욕망과 이유로 호랑이 사냥에 나선다.

이야기는 장엄하고 비장하다. 그 공은 온전히 두 주인공 최민식과 대호의 몫이다. 최민식은 누구보다 인정받는 포수였지만 지금은 순리를 지키려는 인물로, 대호는 과거 최민식과 나눈 특별한 기억을 간직한 ‘영물’로 영화를 채운다.

대호의 모습은 100% 컴퓨터그래픽(CG)으로 완성됐다. 배우들은 가상의 호랑이를 ‘상상’하며 연기했다. 대호 역을 대신하는 액션 배우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대역’에 불과했다. 최민식은 “대호가 어떨 것이라는 이미지화 과정이 필요했다”고 돌이켰다.

“없는 존재로 여기면 신경이 면도칼처럼 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돌아볼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수밖에. 그래서 호랑이 이름을 ‘김대호’라 짓고, 밥 먹을 때도 ‘김대호씨 같이 식사하자’고 말을 건넸다. 하하!”

CG로 완성된 대호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또 그 정서는 서글프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서글픔이 캐릭터에 집약돼 있다.

“호랑이를 만들어내는 일은 ‘맨땅에 헤딩’과 같다. 흥행? 잘 모르겠다. 대중의 취향과 성향에 달렸겠지. 흥행하면 그건 전적으로 CG팀의 공이다. 내심 어떻게 완성될까 불안해 했던 내가, 그 마음을 사과하고 싶다.”

2시간을 훌쩍 넘기는 영화는 전개될수록 긴장감이 배가 된다. 최민식과 대호가 대나무숲에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하이라이트. 최민식은 “과거 호랑이는 신앙으로 불린 절대적인 대상”이라며 “특정 종교를 떠나 ‘업’이라는 메시지가 담기길 바랐다”고 했다.

촬영을 앞두고 그는 알리지 않고 ‘만신’을 찾아가 조용히 ‘굿’을 했다. “‘대호’의 정서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대호’는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정성스레 비는 정서와 같은 영화”라고 했다.

최민식은 전국 첩첩산중에서 이뤄진 촬영 당시 대부분의 시간을 정만식, 김상호와 보냈다. 특히 원한이 깊은 사냥꾼 역에 정만식을 추천했다. “몽타주가 딱이잖아. 하하! 처음엔 내 또래인 줄 알았다. 넌 만식이냐, 난 민식이다! 그러곤 친해졌지.”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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