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낭만… 냉혹한 이방원 이럴때가? ‘육룡이 나르샤’ 시청률 15% 훌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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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국사 다룬 팩션 사극

SBS ‘육룡이 나르샤’의 주인공인 이방원(유아인)은 기존 사극 속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아닌 낭만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열혈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TV 화면 캡처
SBS ‘육룡이 나르샤’의 주인공인 이방원(유아인)은 기존 사극 속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아닌 낭만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열혈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TV 화면 캡처
“쟤 말이야, 너무 낭만적이다.”

혼돈의 고려 말, 빼앗긴 곡식이 쌓인 관아에 불을 지른 분이(신세경)를 보고 이방원(유아인)이 한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청년 이방원은 기존 사극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있고(‘용의 눈물’) 냉혹하거나(‘대왕세종’) 광기 있는(‘정도전’) 이방원이 아닌 젊고 순수하며 낭만적인 캐릭터로 차별화했다.

○ 무협극이야 사극이야 코미디야

SBS ‘뿌리 깊은 나무’(2011년)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다시 뭉친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 건국사를 다룬 ‘팩션(faction·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을 내세우며 21일 방영 6회 만에 시청률 15%(닐슨코리아 기준)를 넘어섰다. 1회 시청률인 12.3% 이후 서서히 오르고 있는 것. 7회부터는 정도전(김명민)의 뜻에 따라 각지에 흩어진 용들이 함주로 집결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팩션인 이 드라마는 주인공 육룡(六龍) 가운데 이성계(천호진), 정도전, 이방원만 실존 인물이다. 무사인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과 이방원의 연인이 되는 분이는 작가가 허구로 만든 캐릭터다.

위 왼쪽부터 정도전(김명민) 이방지(변요한) 분이(신세경) 무휼(윤균상) 길태미(박혁권). TV 화면 캡처
위 왼쪽부터 정도전(김명민) 이방지(변요한) 분이(신세경) 무휼(윤균상) 길태미(박혁권). TV 화면 캡처
‘삼한제일검’으로 불린 무신 길태미(박혁권)는 고려 말 중신 이인임의 측근인 임견미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지만 희귀한 캐릭터로 창조됐다. 짙은 눈 화장에 교태 섞인 몸짓은 기존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온라인에서는 ‘쁘띠태미’로 불리고 있다. 길태미가 기생들과 어울려 현란한 춤사위를 보인 장면이 인기를 끌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그를 패러디한 ‘길태미의 태미댄스’ ‘길태미 화장법’ 동영상이 등장했다.

정통 사극과 판타지 사극의 경계에서 무협 코믹 로맨스 등 여러 장르를 섞은 것도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가상 인물인 정도전의 호위무사 이방지가 액션을 선보일 때는 무협영화를 보는 듯하다가도 이방원과 분이가 자꾸 얽히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사극이 아닌 청춘물에 가깝다. 조선제일검인 무휼은 허당기 가득한 어리바리한 무사로 그려지며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젊은층을 사극에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사극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효과음이나 말투, 장르 혼합 등이 시도되고 있다”며 “그런 시도들이 극 속에서 튀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 돼지유모-겁탈신 과연 필요했나

하지만 극적인 재미를 위해 끌어들인 각종 설정은 논란을 낳고 있다. 극 초반 이인겸의 대저택에서는 발에 사슬이 묶인 채 새끼돼지들에게 젖을 먹이는 ‘돼지유모’가 등장했다. 시청자 사이에서 “너무 자극적이다” “잔인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은 “고려 말 권문세족이 맛 좋은 새끼돼지를 먹기 위해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기록은 없다”며 “하지만 중국 부유층에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길태미 일당에게 겁탈당하는 어린 연희(정도전의 연인)를 어린 땅새(이방지)가 지켜보는 장면에 대해서는 “굳이 필요한 장면이었냐”며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제작진은 “겁 많던 땅새가 냉혹한 무사가 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해명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이방원#육룡이나르샤#조선#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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