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성동일, 영화 ‘비밀’ 노 개런티…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7시 05분


성동일은 2011년 영화 ‘미쓰 GO’ 촬영 도중 어려움을 겪을 당시 제작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다음 영화도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영화 ‘비밀’로 그 약속을 지켰고, ‘노 개런티’로 의리까지 보여줬다. 사진제공|영화사 도로시
성동일은 2011년 영화 ‘미쓰 GO’ 촬영 도중 어려움을 겪을 당시 제작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다음 영화도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영화 ‘비밀’로 그 약속을 지켰고, ‘노 개런티’로 의리까지 보여줬다. 사진제공|영화사 도로시
2011년 ‘미쓰 GO’ 제작자와 인연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출연 자청

“이런 일도 있네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한 영화 관계자의 말이다. 놀라움 섞인 반가움의 표현. 그 감격의 대상은 배우 성동일이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의 주인공인 그가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동료 영화인들의 마음은 대개 비슷하다.

배우들의 ‘노 개런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감독과의 인연, 적은 예산을 고려한 재능기부로 출연료를 받지 않은 배우가 있었다. 하지만 성동일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려 했고, 주위 사람을 따뜻하게 챙기는 성품까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성동일은 3년 전 영화 ‘미쓰 GO’에 출연했다. 이 영화는 2011년 촬영도중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출자가 바뀌는 상황을 맞았다. 일부 배우들이 혼란스러워하던 때, 성동일은 중심을 잡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당시 부산의 촬영장에서 ‘힘을 모아 영화를 완성하자’고 외친 사람도 그였다. ‘비밀’의 노 개런티 참여는 이렇게 시작됐다.

‘미쓰 GO’는 아쉽게도 만족할만한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 성동일은 의기소침해 하는 제작자에게 쉼 없이 전화를 걸었다. 술도 샀고, 밥도 샀다. 자칫 실력 있는 제작자가 영화계를 떠날 수 있다는 걱정에,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러브콜’이었다. “다음 영화에도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약속도 그런 술자리에서 했다.

사실 성동일의 출연을 원하는 영화사는 수 없이 많다. 그는 매년 두세 편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한다. 연중 스케줄이 꽉 찬 그였지만 ‘미쓰 GO’의 제작자가 새 영화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시나리오를 보여 달라”고 했다.

‘비밀’ 제작자 장소정 대표는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성동일에 보여주면서도 출연을 바라는 마음은 솔직히 나의 욕심이라고 여겼다”며 “출연하겠다면서 ‘꼭 잘 되길 바란다’고 말해줄 때,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고 돌이켰다.

꼭 성동일의 출연 때문이 아니라, ‘비밀’은 영화 그 자체로 완성도가 상당하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완성된 배경은, 각본을 함께 쓰고 연출도 같이 한 박은경, 이동하 감독의 공이다. 이들은 한국영화아카데미 13기 출신. ‘만추’ 김태용, ‘간신’ 민규동, ‘그해 여름’ 조근식 감독도 같은 학번이다. 일찌감치 데뷔한 이들은 ‘동기’의 늦깎이 연출 데뷔를 돕기 위해 누구한 명 빠지지 않았다. 7일부터 서울 주요 극장을 순회하며 ‘비밀’ 일반 시사회에 참여해 관객과의 대화를 이끌었다. 영화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의리’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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