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시온 감독은 올해 연출작 4편을 개봉한다. 그는 “연출 제의를 거절하지 않아서 그렇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영화는 한 해에 한 편 정도 하고 있
다”고 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제공
페도라(챙이 짧은 중절모)에 티셔츠, 청바지 차림의 그는 연신 기침을 했다. “감기 걸린 게 아니라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 그렇다”고 했다.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소노 시온 감독(54)이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폐막한 제19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특별전 ‘나는 소노 시온이 (아니)다’ 참석차 방한 중이었다.
여고생 수십 명이 전철에 뛰어들어 역사가 피바다가 되는 ‘자살클럽’(2002년) 등 그는 잔혹하고 거침없는 연출로 유명하다. 5월 일본에서 개봉한 그의 신작 ‘신주쿠 스완’은 당시 6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실사판 ‘신데렐라’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제에서 공개된 신작 ‘러브 & 피스’는 동물과 인형이 등장하는 동화 같은 내용으로 올해 하반기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제공―부천 영화제 특별전에서 신작 ‘리얼 술래잡기’와 ‘러브 & 피스’가 공개됐다. 바람이 살인자가 돼 여고생들을 반토막내는 ‘리얼 술래잡기’는 ‘자살클럽’과 닮은 듯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말처럼 약자가 공격당할 때 공포감이 더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근육질 남자가 죽거나 다친다면 덜 무서울 거다. 그렇다고 어린이를 곤경에 빠뜨리는 건 너무 거부감이 클 테니 여고생을 대상으로 삼는 거다.”
―올해 벌써 ‘신주쿠 스완’ 등 영화 3편이 개봉했고 ‘모두 초능력자야’가 개봉 예정이다. 거기에 시도 쓰고 음악 작업에 방송 출연까지 한다. 에너지의 원천이 뭔가.
“하루를 세 번 산다. 일과가 끝난 뒤 다시 다른 일을 시작하는 거다. 영화 촬영이 끝나서 집에 오면 집필을 하고, 그 뒤에 또 누굴 만나러 놀러 나간다. 물론 잠은 많이 못 잔다. 늘 수면 부족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공포, 스릴러, 에로 등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개성이 강하다. 비결이 뭔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성실해지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촬영 현장에선 팬티 한 장에 잠옷을 입고 있는 듯이 편안해야 한다. 미움받거나 싫다는 소리 듣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붕괴된 가족을 그린 ‘노리코의 식탁’(2005년)이나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다룬 ‘두더지’(2013년)를 보면 당신이 그리는 일본은 어딘가 병들어 있다.
“병들어 있는 일본 사회를 표현하는 건 그런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이제는 그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더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 지난 1년간 일본에 여러 번 실망했다. 특히 정치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평화를 이야기하기만 해도 좌익이라고 극단적으로 분류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 인근의 무인지대에서 촬영한 신작 ‘소곤소곤 별’처럼 은유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만 하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당신을 ‘천재 변태’라고 하더라.
“대단하다! 고맙다. 영화에서는 그런 면을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다. 조금 야한, 색골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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