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숙 “이것저것 다 하는 게 ‘배우’랍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1일 05시 45분


서이숙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는 악랄함과 우아한 ‘여사님’의 양면성을 지닌 나현애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제공|KBS
서이숙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는 악랄함과 우아한 ‘여사님’의 양면성을 지닌 나현애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제공|KBS
■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나현애 역|서이숙

연극계 대모 박정자 선생 말에 큰 힘 얻어
26년간 조·단역 가리지 않고 한 우물 팠죠
이젠 스스로 연기가 덜 부끄러워지는 시기


“상처 받은 사람들이 또 다시 같은 상처를 대물림하잖아요.”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채시라, 이하나 등 주인공들과 각종 악연으로 뒤얽힌 나현애(나말년) 역의 서이숙(48). 작품 속 악녀로 시청자로부터 온갖 미움을 사고 있는 그는 과거 교사로 성적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채 채시라를 퇴학시켜 그에게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긴 인물이다. 현재 ‘강남 사모님 나현애’로 인생역전에 성공해 ‘두 얼굴’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에게도 ‘마녀’로 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사실은 학창시절 가난 때문에 선생님으로부터 멸시를 당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서이숙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똑같이 대물림하는, 결핍이 많고 완벽하지 않은 인물”을 대변하고 있다. 드라마 게시판을 통해 시청자 반응을 자주 확인한다는 그는 “학창시절 선생님에게 상처 받은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지 몰랐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1986년 대한민국연극제 신인연기상을 비롯해 수십편의 작품으로 무대를 장악했던 서이숙은 2011년 MBC ‘짝패’를 계기로 방송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KBS 2TV 드라마 ‘서울뚝배기’(1990년)를 집필한 김운경 작가는 ‘짝패’에 서이숙을 캐스팅하며 또 한 명의 ‘신스틸러’를 발굴했다.

서이숙은 “연극에서 주인공을 도맡아 하다 드라마에서 ‘거지 마누라’(‘짝패’ 속 캐릭터)를 하고 있으니 초반에는 동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하는 게 배우’라는 연극계 대모 박정자 선생의 말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연극계 선후배들도 이제는 드라마 열혈 팬이 되었을 정도로 안방극장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이는 고등학교 시절 배드민턴 선수로 시작해 코치로까지 활약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서이숙의 ‘뚝심’을 말해준다. 그는 “일단 시작하면 한 우물만 파는 편이다”면서 “26년 동안 조단역 가리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냐”며 웃었다.

연기자 선후배들은 물론 관계자들로부터 최고의 목소리, 발성의 배우로 손꼽히는 그는 2011년 갑상샘암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오히려 삶과 연기에서 ‘여유’를 얻었다. 서이숙은 “무엇이든 서두르지 않게 됐다. 목소리도 어쩌면 오랜 훈련을 통해 얻은 것이고.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다”고 말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배우는 마흔이 넘어야 무대에 발이 붙는다”고 말하지만 정작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연기는 어렵다며 어울리지 않는 투정을 늘어놨다.

“마흔은 넘어야 캐릭터에 자신의 삶을 조금은 녹일 수 있고, 스스로 연기가 덜 부끄러워지는 시기가 되는 것 같다”는 그는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연기의 스승이다. 특히 김혜자 선배의 연기를 보면 ‘저렇게 살면 선배처럼 나도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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