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쎄시봉, 설렘 가득"…90년대 쓰레기가 60년대 포크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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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2월 2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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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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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에게 ‘쎄시봉’이란 이름은 분명 그리운 추억일 겁니다. 하지만 영화 ‘쎄시봉’은 어느 세대라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을 ‘설렘’이 가득한 작품이기도 해요.”

90년대 쓰레기(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60년대 포크가수로 돌아왔다. 5일 개봉하는 ‘쎄시봉’은 당시 서울 무교동에 실존했던 동명의 음악 감상실을 무대로 한 작품. 조영남, 이장희, 그리고 트윈폴리오(윤형주 송창식)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배우 정우는 트윈폴리오와 함께 노래하다 데뷔 직전 잠적한 오근태란 가상인물을 연기했다. 최근 만난 그는 “우연찮게 옛 시절을 그린 작품을 연달아 했는데 왠지 엄마 품 같은 푸근함이 가득해서 좋다”고 말했다.

-응사 이후 1년여만의 복귀다.

“벌써 시간이 그리 됐다. 계속 영화 촬영하느라 쉬진 않았는데 공백기처럼 보인다. 대중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긴장된다. 첫 시사 때 경직돼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연기도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어찌나 많은지…. 중장년의 근태 역을 맡은 김윤석 선배가 잘 표현해주셔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 내가 나온 부분은 다 맘에 걸린다, 하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근태와 사랑에 빠지는 한효주(민자영 역)는 근사했다. 열정도 가득하고 캐릭터에 제대로 몰입하더라. 강하늘(윤형주 역)과 조복래(송창식 역)는 심성이 맑고 밝은 친구들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가장 친하게 나오는 진구(이장희 역)와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 마음을 열고 친구처럼 지냈다. 그런 분위기가 스크린에도 묻어난다.”

-영화에 추억의 명곡들이 쏟아진다.

“그 세대는 아니지만 노래들이 정말 멋졌다. 원래도 올드 팝을 즐겨 듣는 편이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나나 무스꾸리를 좋아한다. 영화에서도 암스트롱의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 기억에 남는다. 트윈폴리오가 발표한 번안곡 ‘웨딩케이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음악들이 있었기에 영화가 풍성하고 따뜻해졌다.”

-응사에 이어 또 사랑에 빠지는 무덤덤한 경상도 사내다.

“차기작 ‘히말라야’에서도 사투리를 쓰는데…. 이젠 좀 벗어나야겠다, 하하. 특정지역을 선호한 건 아니다. 설정보단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주목하는 편이다. 영화가 지닌 온도랄까. ‘쎄시봉’만 해도 단순한 러브스토라면 끌리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에 대한 그리움과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담겨 마음이 움직였다. 아, 물론 삶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이 첫 번째긴 하다.”

-응사 이후 주목받는 연기자로 삶이 바뀌었다.

“고맙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배우로서 많은 시나리오와 출연 제안을 받을 수 있는 건 영광이다. 급하게 서둘진 않으려 한다. 요즘은 자주 푸른 하늘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때 잔디밭에 누워 멍하니 바라봤던. 모자란 게 많지만 여유를 가지고 한발씩 내딛고 싶다. 관객들이 ‘이 친구가 아무렇게나 작품을 선택하진 않는구나’ 하고 알아주면 바랄 게 없겠다. 참, 뭣보다 출연을 결정했을 때부터 반가워하신 어머니가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쎄시봉’은 공중전화에 동전 넣던 시절을 살던 그분들의 이야기니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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