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86년만에 흑인감독에게 작품상 ‘노예12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3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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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감독이 만든 흑인 노예의 비극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로 아카데미 시상식이 86회째 열리면서 흑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10시30분 미국 LA 돌비시어터에서 열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예12년’이 작품상을 차지했다. 이 영화를 제작하고 조연으로도 참여한 배우 브래드 피트는 시상대에 올라 “매우 영광스럽다”고 감격해 했다.

‘노예12년’은 ‘아메리칸 허슬’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등 작품상 후보에 오른 8편 가운데 유력한 수상작으로 거론돼 왔지만 막강한 경쟁작인 ‘그래비티’와의 접전 탓에 오스카 트로피의 향방은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

제작자 브래드 피트로부터 “이 사람이 있어서 이 작품이 가능했다”는 소개로 시상대에 오른 연출자 스티븐 맥퀸 감독은 주연배우 치웨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배네딕트 컴버배치를 향해 “환상적인 팀워크였다”고 돌이키며 “노예로 고통 받았던 이들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고 말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노예12년’은 미국의 각 주 별로 흑인 노예 제도가 엇갈렸던 1840년대가 배경이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바이올린 연주자가 인신매매를 당해 노예로 전락한 12년의 시간을 그리며 억압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 숭고한 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노예12년’은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조연상(루피타 니옹고)과 각색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아카데미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였다.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그래비티’는 감독상과 촬영, 시각효과, 음향 편집, 음향 믹싱 등을 차지하며 7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올해 최다 부문 석권이다. 특히 기술 관련 상을 싹쓸이하며 우주 공간을 3D영상으로 구연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남녀 주연상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유독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올해만큼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수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끝내 행운은 얻지 못했다.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매커너히에게 돌아갔다. 그는 에이즈에 걸린 남자의 모습을 처절하고도 우스꽝스럽게 그러내며 처음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자레드 레토 역시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여우주연상은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랑쳇이 받았다. 상류 사회에서 살아가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중년 여성의 모습을 비극적으로 그려내며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됐다.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쥔 그는 에이미 아담스, 샌드라 블록, 주디 댄치 등 후보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틈에서 상을 받아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그 저력을 인정받으며 애니메이션 작품상과 주제가상(‘렛 잇 고’)을 차지했다.

특히 가수 이디나 멘젤이 시상식 무대에 올라 ‘렛 잇 고’를 열창하자 할리우드 톱스타들로 가득 찬 객석에선 기립박수가 나왔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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