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는 “팩트 좀 틀리면 어떻습니까” 멘트… 제작진은 엉뚱한 노무현 희화화 사진 방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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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잇단 방송사고에 비판 쇄도

MBC TV 오전 프로그램 ‘기분 좋은 날’이 18일 방송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합성사진. 화가 밥 로스의 몸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다. 배경 그림 속 가운데 남자는 담배를 물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다. MBC TV 화면 캡처
MBC TV 오전 프로그램 ‘기분 좋은 날’이 18일 방송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합성사진. 화가 밥 로스의 몸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다. 배경 그림 속 가운데 남자는 담배를 물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다. MBC TV 화면 캡처
MBC TV가 18일 아침방송 두 건으로 잇달아 홍역을 치렀다.

MBC의 오전 프로그램인 ‘기분 좋은 날(월∼금 오전 9시 45분∼11시)’은 이날 오전 ‘생명을 위협하는 생활 속 희귀암’ 편을 방송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합성사진을 내보냈다. 방송은 유명 화가 밥 로스가 1995년 53세의 나이에 악성 림프종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로스가 그림을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 사진 속 인물은 로스의 몸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가짜’였다. 로스가 그리고 있는 그림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사진을 그림체로 바꿔 기존 작품에 합성한 것이었다. 이 합성사진은 강경우파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한 회원이 3월 9일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기 위해 ‘밥 盧스.jpg’라는 제목으로 만들어 올려 인터넷에 퍼진 것이다.

MBC는 방송 직후 “제작진의 착오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과 합성된 것이 방송되었다. 시청자께 사과드린다”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기분 좋은 날 시청자 게시판에는 18일에만 1200여 개의 비판 글이 쇄도했다.

한편 이날 오전 부산MBC 아침뉴스 ‘뉴스투데이(월∼금 오전 7시 10∼50분)’의 여성 앵커 황재실 기자는 “한 대학생이 쓴 대자보 한 장이 그저 숨죽여 사는 것만 같던 우리 20대들의 응어리를 제대로 흔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라며 “팩트(사실)가 좀 틀리면 어떻겠습니까. 청춘들이 하고 싶은 진짜 얘기가 뭔지 조용히 들어주고 마음으로 응원해 주는 게 어른들의 몫 아니겠습니까”라는 말로 뉴스를 마쳤다.

최근 대학가에 붙고 있는 일부 대자보에 철도파업, 의료민영화 등 논쟁 현안을 두고 극단적이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한 주장이 사실인 양 적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걸 지적한 멘트다. 그러자 부산MBC 시청자 게시판에 “앵커에게 팩트보다 중요한 게 감성과 선동이냐” “언제부터 MBC 뉴스가 자기 생각을 시청자에게 강요하는 방송이 됐느냐”는 비판 글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벌어졌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노무현#기분 좋은 날#MBC방송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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