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같은 눈망울의 순정파 여인? “저, 욕 연기도 잘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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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밤의 여왕’ 김민정

김민정은 간호사 코스튬플레이 장면을 떠올리며 “의상은 노출이 과하지 않아야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민정은 간호사 코스튬플레이 장면을 떠올리며 “의상은 노출이 과하지 않아야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할인 쿠폰 안 가져왔다”며 자리를 비웠다가 소개팅 상대에게 차인 소심남 영수(천정명). 영수는 꿈에도 그리던 조신한 여자 희주를 만나 결혼에 성공한다. 그런데 풀잎의 영롱한 이슬만 먹을 것 같았던 아내가 좀 이상하다. 알고 보니 처녀 시절 강남 나이트클럽을 주름잡던 댄싱 퀸이었다. 경찰에 조회해 보니 ‘왕십리 피바다 사건’의 주범이다. 껌 씹던 언니들을 ‘17 대 1’로 상대해 추풍낙엽을 만들었다.

17일 개봉한 영화 ‘밤의 여왕’의 이중인격자 김민정(31)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밤의 여왕에게 “실제로도 밤 문화를 즐기느냐”고 물었지만 실망스러운 답변만. “제가 잠이 많아서요. 밤에 술 먹고 다니면 피부에 안 좋아요.”

영화에서 희주는 화려했던 과거를 조금씩 드러낸다. 남편의 동창회 장기자랑 시간, 김치냉장고 상품이 탐난 희주는 섹시 댄스로 남편과 친구들을 놀라게 한다. “재즈 댄스를 오래 해서 춤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연습할 때는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신고 췄는데, 실제 촬영에서는 드레스와 하이힐…. ‘멘붕’이었죠.”

남성 관객은 그가 남편 생일에 간호사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장면(사진)을 제일 좋아할 것 같다. 동안인 그가 팜파탈이 되는 순간이다. “촬영 중 천정명 씨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됐구나’ 싶었어요. 남자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군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사슴 같은 눈망울을 껌벅이며 육두문자를 뱉는 장면도 반전의 묘미가 있다. “거울 보면서 연습 많이 했어요. 그런데 거울을 보면 표정이 너무 정형화되는 것 같았어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리허설에서 눈 딱 감고 질러 봤죠. 근데 스태프의 웃음이 빵 터지더라고요. 저, 욕 연기도 되는 여자예요.”

김민정은 1990년 MBC 단막극 베스트극장 ‘미망인’편으로 데뷔했다. 아역 배우 출신에 어려 보이는 외모는 성인 연기자로 자리매김하기엔 감점 요인이다. “화장하고 노출한다고 아이에서 여자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연기자로서 중심을 잃어요. 관객이 저를 느끼는 대로 따르려고 했어요. 그래서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여우주연상을 한번도 못 타 봤다”며 올해는 무엇보다 상 욕심이 난다고 했다. “제 나이에 돈에 대해 너무 모르면 안 되더라고요. 상도 타야 하고, 흥행도 돼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그러고 보니 제가 삼중인격자?”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밤의 여왕#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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