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권력’ 횡포에 방송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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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3일 07시 00분


드라마 ‘오로라 공주’. 사진제공|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 사진제공|MBC
■ 임성한 작가 사례로 본 문제점

작가 임의로 ‘오로라 공주’ 30회 연장
집필료·캐스팅·연출자 선정까지 간섭
시청률 우선주의에 방송사도 무대책


일부 드라마 작가들이 필력을 ‘권력화’하면서 ‘협업’을 중요시하는 방송계의 균형을 깨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는 최근 120회에서 150회로 30회 연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연장과 관련해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에 사전 논의는 없었다. 임성한 작가는 최근 연출진에게 ‘아직 풀지 못한 이야기가 있으니 연장을 해야겠다’는 뜻을 전했다. 연기자들은 “연장을 계획하고 있으니 스케줄을 정리해 달라”는 식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임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 총 8명의 주요 캐릭터가 중도 하차하면서 해당 연기자 측은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사전에 듣지 못했다. 현재 출연 중인 연기자들도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하차의 두려움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잦은 구설과 논란에 늘 “알 수 없다”거나 “임성한 작가만이 알고 있다”고 변명하는 방송사의 대처는 작가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임 작가 외에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많은 작가들의 ‘권력 남용’도 만만치 않다. 주인공 못지않은 회당 집필료를 제작사에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드라마 편성 과정에서 특정 연출자를 지목하기도 한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간혹 연출력보다는 자신의 구미를 잘 맞춰줄 수 있는 연출자와 작업하기를 바라는 작가도 있다”고 귀띔했다.

캐스팅 권한을 독점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작가가 1순위로 원하는 배우의 캐스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집필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는 경우까지 있다.

하지만 ‘시청률만 잘 나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이들을 받들어 모시는 방송사들의 속앓이도 적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는 연출, 대본, 배우, 스태프 등 적게는 수십여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의 인원이 만들어가는 공동작업의 결정체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작가들의 지나친 입김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훌륭한 필력을 마치 권력인 듯 휘두르는 태도가 아쉽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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