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 권고사직 고과장, 해피엔딩 씁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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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직장의 신'이 권고사직 문제를 다뤄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2 '직장의 신'에서는 재직 28년차 만년과장 고 과장(김기천 분)이 권고사직 대상 리스트에 오르는 모습이 나왔다. 고과장은 회사 입사 당시 받았던 아날로그 시계를 28년 동안 차는 등 옛날 직장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이에 미스 김은 그를 "고장난 시계"라고 평가 절하했다.

결국 권고사직이 확정돼 회사에서 나가야 했던 고과장. 하지만 퇴사 직전 고 과장의 아날로그적 능력이 발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회사가 정전이 된 것.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

옛 방식을 고집하는 거래처 회장이 정전이 된 회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젊은 직원들을 못마땅해 했다.

계약 성사를 위해서는 고과장의 손글씨가 필요했다. 이에 미스김은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고 있던 고과장을 회사로 데리고 왔다. 미스김은 무릎 관절이 약한 고과장을 들쳐 업고 무려 14층을 씩씩하게 올라갔다. 계약은 성사됐고, 고 과장은 권고사직 위기를 넘겼다.

고 과장은 미스김에게 따뜻한 충고를 건넸다.

"오늘 왜 나를 도와줬느냐. 나 이 시계. 막내딸 졸업할 때까지만 차고 내가 빼겠다. 시계는 큰 바늘, 작은 바늘이 다 같이 돌아가야 잘 간다. 그래서 나같이 고장 난 시계도 다 같이 돌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스김은 그 바늘들을 혼자 돌리려니 힘들고 외로울 거다."

이 말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미스 김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미스김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전 직장에서 자신을 보살폈던 상사를 떠올렸다.

고 과장의 모습은 우리 아버지들과 겹쳐진다. 한 때 열정과 꿈을 갖고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산업 역군인 그들이 첨단화 사무실에서 쓸모없는 낙오자가 되고 내쳐진다.

현실의 고 과장들은 과연 권고사직 위기를 멋지게 넘길 수 있을까.

비록 극에서는 훈훈하게 마무리 되지만, 현실을 떠올리면 씁쓸함이 남는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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