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한가인 “여성 대통령 역할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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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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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개론’처럼 외롭고 힘들다면 첫사랑을 찾을 것 같아
●첫사랑의 대변신? 권력자 하고 싶어
●10대 시절 수지와 비교된다고 했더니…“에이, 다 나이들어”

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떠오르게 해주는 그녀 한가인이 자신과 똑 닮은 영화 ‘건축학 개론’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건축사무소에 다니면 승민(엄태웅)에게 대학시철 첫사랑 서연(한가인)이 찾아와 자신이 살던 제주도의 옛집을 지어달라고 의뢰하는 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것을 추억하며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22일 개봉 후 ‘건축학개론’은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누적 관객 수 79만6992명(26일 기준)으로 개봉 5일 만에 80만 관객에 육박하면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대로라면 “멜로가 가장 많이 나온 관객 수가 270만 정도라고 하던데, 넘어보고 싶다”고 미소 짓던 한가인의 기대가 헛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영화 홍보 차 만난 한가인은 씩씩한 여장부 같았다. 그동안 그녀에게 보여 지던 툭 치면 눈물부터 흘릴 것 같은 연약한 여인은 없었다. 대화는 시종일관 유쾌했고 호탕했다. 한가인의 재발견이었다.

▶ “진한 키스신? ‘사랑과 전쟁’ 한편 나왔을 듯”

드라마 종영 직후 쉬지도 못하고 힘들겠다 싶었는데, 그는 싱글벙글이다. 종영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자체 시청률 40%를 훌쩍 넘으며 호평속에 마무리 되었고, 영화 역시 순풍을 돛을 달고 순항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연기력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하자 한가인은 “영화와 드라마의 교차시점이 너무 빨랐다. (건축학개론이) 끝나고 바로 일주일 후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며 “새로운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들기도 했고, 에너지의 차이가 많이 났던 탓 같다”며 덤덤하게 말한다.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 그녀는 무던해져 있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90년대 중반 학번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와 소품들로 가득하다. 한가인은 영화에서처럼 90년대 중반 학번은 아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솔리드, god 그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을 즐겨들었다. 그 시대의 정서의 언저리쯤에 있었다고 할까?

한가인은 “02학번인데 엄청 촌스러웠다. 면바지에 폴로셔츠 입고…그때 사진 보면 없애고 싶은데”라며 웃는다.

영화를 보고 나니 첫사랑 생각이 정말 났다고 하니 한가인은 “결혼한 친구가 영화를 보고 나와서 남편한테 전화를 하더라 ‘이 영화가 그렇게 좋았어? 도대체 너의 첫 사랑이 누구니?’하고 묻더라. 자칫 잘못하다가 연인들끼리 싸울 수도 있겠다(웃음)”며 관객들에게 어떤 감성을 자극한 것에 대해 만족한 듯 은근히 영화 자랑을 한다.

극중 서연이는 이혼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첫사랑이었던 승민을 찾는다. 어떤 심리였을까.

“남자들은 자기가 잘되면 첫사랑을 찾고 싶어 하지만 여자들은 외롭고 힘들면 찾는 것 같다. 왜냐면 그는 나를 잘 알고 있고 말하지 않아도 위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서연이는 승민이에게 집을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그게 좋은 핑계거리가 된 것 같다. 그녀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한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았다. 실제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정말 이상하게 그 장면이 NG가 많이 났다. 실제로도 난 승민과 은채(극중 고준희)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두 사람 사이에 낀 듯한 기분과 내가 승민이를 너무 만만하게 봤나? 하는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다. 태웅 오빠도 이상했다. 내 눈을 못 쳐다보더라. 당당하게 내 여자친구야 하고 소개를 해야 하는데 뭔가 정말 첫사랑에게 감정이 흔들린 듯한 느낌? 의외의 기분을 느낀 장면 이었다. 그 장면에서 절로 ‘내가 미친년이지’하는 대사가 튀어나오더라.”

그럼에도 자꾸 승민을 흔든다. 키스 장면이 특히 그렇다.

“아마 첫사랑은 존재자체가 위험한 것 같다. 마무리가 안 된 채 헤어졌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라며 웃는다.

“그 키스 신 때문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태웅 오빠는 두 사람 모두 시간이 많이 흘러 만났다. 소년 소녀의 키스가 아니라 찐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이용주 감독님이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고 장면을 망치지 말라고 하시면서 뽀뽀로 끝내야한다고…(웃음) 그렇게 그 장면이 나왔다”

“진한 키스로 이어졌다면 이제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사랑과 전쟁’이 한편 나왔을 것”이라며 시원스레 웃는다.

▶ “권력자 같은 강한 여성이 좋다”

그의 상대 배우는 엄태웅이다. 그는 “정말 태웅 오빠는 아파 죽어도 수저들 힘만 있으면 농담할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 깐족거리는 모습에 진심 짜증냈다(웃음). 그리고 참 잘 잔다. 간식물고 자고 밥 먹다 자고…그러다 또 어느새 깨서 농담을 한다. 사람이 참 유하다”며 찰떡궁합 같았던 연기 호흡을 자랑한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한가인과 10대 수지가 비교가 많이 됐다고 농을 던지니 한가인은 “음…저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녀도 이제 나이를 든다(웃음) 수지를 보고 있으면 귀엽고 어리고 예쁘다”며 장난기 넘치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전 어림의 풋풋함보다는 지금 나이가 들어서 생긴 이 여유가 좋다. 그 때의 젊음이 힘들고 버거웠다. 뭐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부를 더 하고 싶지만, 그 치열함은 별로…”라며 안정을 찾은 삶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내친김에 연예인 부부도 남들처럼 부부싸움을 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일년에 한 번도 안 싸운다. 난 화가 나면 돌진하는데 한쪽이 스펀지 같아서 그냥 흡수한다. 돌진하다 보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기분. 어떤 때는 답답해서 미칠 때도 있다”며 잉꼬부부다운 애정을 과시한다.

한가인은 “부부 사이에서 여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마음을 전부 다 보여줘선 안 되고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텐션을 좀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주부 7년차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방출한다.

VIP 시사회 후 남편 연정훈이 꽃다발을 건넸다. 그는 “사실 꽃을 안 좋아한다. 남편이 좋아해서 그냥 본인 만족하려고 자꾸 사온다. 나는 비스킷이나 케이크, 먹을 수라도 있는 것을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원 가득 꽃을 가꾸며 살 것 같은 한가인에게 현실적인 답변을 들으니 웃음 터져 나왔다. 그녀는 본인이 갖고 있는 새침하다거나 여리다거나 하는 이미지와는 정반대 모습을 인터뷰 내내 왕왕 보여줬다.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와 한가인 본인은 다른 것 같았다. 그는 올리비아 허시를 닮은 눈으로 권력자 같은 강한 여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권력이나 지위를 갖고 있는 대범한 여성? 여자 대통령 같은 것도 좋을 것 같다”며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역할이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욕심났던 캐릭터에 대해 물으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윤은혜 씨가 맡았던 고은찬 역을 정말 탐났다. 아니면 ‘내 이름의 김삼순’에서 삼순이 역할?”

그냥 ‘지금의 한가인을 보여주면 되겠다’고 하니 맞장구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수다 떨 듯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어렴풋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남자 기자가 “첫 사랑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라고 추억을 되새기자 한가인은 “아까도 말했지만 첫 사랑은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 첫사랑은 정말 첫사랑일 뿐 추억으로 남기길…”하며 눈을 찡긋한다.

▶ 에필로그
학창시절 전교 5등 안에 들었다는 한가인은 여전히 공부 욕심이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PC방 이야기’ 때문에 화제가 됐다. 내용인즉, 한가인이 고교시절 절친들과 고시원 생활을 하며 공부에 매진했는데, 하필 고시원 건물에 PC방이 있어서 자주 가는 바람에 성적이 떨어졌다고. 지금도 그 친구들과 만나면 “그 때 PC방만 안 갔어도”라고 말하며 후회하곤 한다고.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자, 한가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그 덕분에 같이 그때 함께 고시원 생활을 했던 친구들과 카카오 톡을 하게 됐다. 친구 한 명이 ‘너 때문에 임용고시 떨어진 신상까지 털렸다. 카톡이 미친 듯이 온다. 어쩔래?’하고 카톡이 왔더라. 셋이서 그룹 채팅하면서 얼마나 깔깔대고 웃었는지 모른다”며 즐거워한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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