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존박 “‘쳐밀도’요?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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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3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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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박은 “슈스케 출신가수라는 꼬리표는 당연하며 슈스케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였는 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ㅣ뮤직팜
존 박은 “슈스케 출신가수라는 꼬리표는 당연하며 슈스케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였는 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ㅣ뮤직팜
Mnet ‘슈퍼스타K 2’(이하 슈스케)의 준 우승자 존 박(24·본명 박성규)이 웃었다. 곱상한 외모에 중저음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그는 미국 시카고 출신 재미교포다.

한국말이 서툰 존박은 2010년 ‘슈스케 2’의 최종예선에서 허각, 김그림과 함께 2AM의 ‘죽어도 못 보내’를 부르다 ‘밀쳐도’라는 가사를 그만 ‘쳐밀도’로 잘못 부르는 실수를 했다. 인터넷에는 그를 놀리는 패러디가 올라오기도 했다.

약 1년 4개월 만에 미니 앨범 ‘Knock(노크)’를 들고 정식 가수로 데뷔한 존 박은 ‘쳐밀도’ 사건을 다시 꺼냈다. 그는 “그 때는 하루 만에 가사를 외워야 했고 스트레스도 심해서 그만 실수를 해버렸다”고 고백했다.

‘슈스케 2’ 이후 오랜 공백이 있었지만, 그는 초조해 보이진 않았다.

“의외로 맘이 편해요. 처음 허각 형의 음반이 나왔을 땐 조바심이 났지만 실력을 쌓아서 새 앨범으로 재평가 받고 싶은 맘이 컸어요.”

▶ 외로움, 진지함…김동률 때문?

존 박은 1년 반 정도 한국에서 쉬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외로움은 그에게 친숙한 존재가 됐고 음악적으로 성숙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성격도 더 진지해졌다.

존 박은 “내가 진지해진 건 모두 김동률 선배 탓”이라며 “이적 선배님 등 저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들과 잘 지내다보니 자연스레 진지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대화 할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워낙 내성적인 데다가 연락을 먼저 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음악인으로서 가야할 길과 제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어요. 정말 3년 같은 1년을 보냈어요.”

이번 앨범에는 존 박의 고민의 흔적들이 잘 나타나 있다. 앨범을 들어보면 다양한 창법과 색으로 그만의 매력을 나타냈고 슈스케 때보다 더욱 섬세해진 그의 음악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모든 게 두렵고, 제 정체성에 대해 불안했어요. 그런데 선배들과 음악 작업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순위에 신경 쓰기보다 내 자신에게 솔직한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이번 앨범에는 그의 소속사 뮤직팜의 선배인 김동률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김동률 선배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선배님이 가진 철학 등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가끔 ‘성규야, 공연 보러 가자’며 뮤지컬 등 공연도 같이 보러 다녔어요.”

음악에 관해선 깐깐하기로 소문난 김동률에게 혼난 적은 없었을까.

“이번에 진짜 열심히 연습했어요. 혼날 틈을 만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발음하고 한국적 감정표현 같은 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지적을 조금 받았어요.”
존 박. 사진제공ㅣ뮤직팜
존 박. 사진제공ㅣ뮤직팜

▶ “‘슈퍼스타K 2’는 내 운명”

존 박이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가 경제학과 음악을 함께 공부하자 진심을 아신 부모님도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어렸을 적 성가대에 있었고 사촌형들이 고등학교 때 음악활동을 해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는 클래식 오페라 트레이닝을 받고 지역대회 나가서 상을 받기도 했고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기도 했어요.”

美 노스웨스턴 대학교에 입학한 존 박은 클래식 오페라와 경제학을 공부하다 어느 순간 하나에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제학에만 집중을 했다. 그런 도중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 9’에 참여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친구 따라 지원하게 됐는데 친구는 떨어지고 저만 붙어서 TOP 20까지 가게 된 거죠. 즐기려고 나갔던 거라서 노래할 때마다 즐거웠어요.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나가다보니 맘을 열어두고 슈스케도 나갈 수 있게 됐죠”

그렇게 슈스케 미국예선을 본 존 박은 사촌 누나의 결혼식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는데 마침 그 기간에 슈스케 최종예선 ‘슈퍼위크’가 있어 참여하게 됐고 결국 준우승자까지 된 것이다.

“운명이죠. 타이밍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슈스케 시절을 생각하면 우린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희도 합숙하면서 죽도록 살 빼고 노래 연습했지만 다른 연습생들은 피나는 노력을 몇 년을 해야 데뷔를 하는데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지도를 얻었잖아요.”

존 박은 슈스케에 참여한 후, 그리고 음반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그 동안 생각했던 음악을 향한 ‘열정’에 대한 정의도 바뀌었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천진난만하게 했다면 지금은 엄청난 노력과 괴로움이 있어요. 이제 ‘열정’에 대해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열정은 마냥 좋아서만 하는 게 아닌 그것에 따른 고통과 외로움을 견뎌내야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존 박은 이미 다음 앨범을 계획 중이다. 전체적으로 프로듀싱을 맡을 예정이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어떠한 음악인이 되고픈 지를 물었다.

“연예인 존 박보다는 뮤지션 존 박으로 사람들이 기억해주면 좋겠고요. 많은 사람들이 저의 음악을 들어주고 저 또한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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