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afe]양준혁 “내 멘토는 경규 형…예능판? 야구보다 험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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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1일 07시 00분


“지금도 뼛속부터 야구인”이라고 말하는 양준혁은 “예능에서는 타이밍을 보고 적절한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양준혁은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와 KBS 2TV ‘해피선데이’의 코너 ‘남자의 자격’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
“지금도 뼛속부터 야구인”이라고 말하는 양준혁은 “예능에서는 타이밍을 보고 적절한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양준혁은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와 KBS 2TV ‘해피선데이’의 코너 ‘남자의 자격’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
■ 야구의 ‘양신’에서 예능의 ‘양새댁’으로 양준혁의 무한도전

예능인 선언, ‘연예인 되려고 야구했냐’는 말에 상처도
어렵게 첫발, 내 소중한 추억을 팔아 화제가 되긴 싫었다
그래서 선택한 ‘남격’, 청춘합창단 때 첫 예능 슬럼프
예능 초짜인 나, 몇 회 출연만에 연예인 대접…‘방송의 힘’ 느껴
난 뼛속까지 야구인, 야구장 지어 받은 사랑 돌려주고 싶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전혀 다른 일을 처음부터 하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 프로야구의 스타이자 ‘양신’이란 애칭으로 불리던 양준혁(43)은 지금 ‘예능 초보’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양준혁이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의 새 멤버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영원한 ‘전설’로 남길 바라던 야구팬들 중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팬들의 아쉬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까지 ‘양신’이라는 과거 속에 살 수는 없다”고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제는 ‘양신’ 대신 ‘양새댁’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양준혁은 “과거 내가 타자였다면 지금의 나는 투수다. 타자일 때 투수가 던지는 공을 골라쳤다면, 예능에서는 타이밍을 보고 적절한 공을 던져야 한다”며 “지금도 나는 뼛속부터 야구인”이라고 했다.

● ‘예능인’ 양준혁…“보장된 삶보다 내가 그려가는 인생 살고 싶었다”

- 4월이면 예능에 도전한 지 1년이 된다.

“아직도 초보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참 많았는데 주변의 도움으로 안착하고 있는 것 같다.”

- 야구 지도자 대신 예능인을 택했을 때 야구 팬들로부터 실망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동안 야구 밖에 모르고 살았다. ‘양신’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팬들은 야구인으로 정석을 밟아주기를 바랐다. ‘팬들이 이만큼 만들어줬는데 결국 연예인을 하느냐’는 말이 가장 가슴이 아팠다.”

- 왜 ‘남격’이었나.

“단순히 내 과거를 들먹이며 웃기는 예능이었다면 선택하지 않았다. ‘남격’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남자들이 매주 하나의 주제를 이루어간다는 콘셉트도 좋았다.”

- 예능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두렵지 않았나.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나. ‘양신’은 참 감사한 타이틀이지만 어디까지나 ‘과거’다. ‘양신’으로 평생을 살 수 없지 않은가. 타자일 때도 타석에 들어가면 매일 안타를 칠 수 없다. 병살타를 치기도 한다. 위험을 감수해야 더 나은 삶이 있는 것처럼 나도 새로운 곳에서 도전을 하고 싶었다.”

- 그래도 팬들이 들으면 서운해 하겠다.

“사실 예능을 시작하고 칼 하나만 들고 험한 숲 속에서 길을 내는 기분이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예능을 하면서 나로 인해 시청자들이 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바란다. 뻔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예능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도 변함없이 야구인이다.”

“지금도 뼛속부터 야구인”이라고 말하는 양준혁은 “예능에서는 타이밍을 보고 적절한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양준혁은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와 KBS 2TV ‘해피선데이’의 코너 ‘남자의 자격’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
“지금도 뼛속부터 야구인”이라고 말하는 양준혁은 “예능에서는 타이밍을 보고 적절한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양준혁은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와 KBS 2TV ‘해피선데이’의 코너 ‘남자의 자격’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

● “예능, 스포츠보다 험하더라”

-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으로 강호동이 성공했지만, 사실 텃세가 심한 곳 아닌가.

“절감한다. 나는 그리 독한 편이 아니다. 그런데 예능은 독한 것이 때론 필요하더라. 타이밍을 놓치면 상대적으로 주눅이 들 때가 많다.”

- 스타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을 것 같다.

“분명히 있다. 일단 예능 초보인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 그래서 조금만 웃겨도 반응이 크게 온다. 그런 점에서 이윤석이나 윤형빈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남격’에서는 텃세가 없었나.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운아다. 사실 주변에서 텃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남격’ 멤버들은 달랐다. 특히 (이)경규 형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늘 상의하고, 힘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 야구 선배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선배인가.

“나는 ‘존경’이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야구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선배가 몇 분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경규 형은 내가 정말 존경하는 형이자 예능 선배다.”

- 방송의 힘을 실감한 적이 있나.

“‘남격’ 출연 초기 창문여고에서 교생 체험을 했다. 여고생들이 나를 보면서 ‘와, 연예인이다’라고 하더라. 사실 충격적이었다. 몇 번 출연하지 않았는데 나를 연예인으로 보는 시선이 놀랍고, 조금은 무서웠다.”

- 짧은 기간이지만 그 와중에 슬럼프도 있었나.

“‘청춘합창단’ 때 위기가 찾아왔다. 예능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을 때였다. 당시 주인공은 합창단 어르신들이었고, ‘남격’ 멤버들은 조연을 해야 했다. 야구로 치자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

-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에서도 활약이 남다르다.

“출연자 모두 각자의 종목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승부욕이 넘친다. 예능이지만 막상 승부에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 양준혁을 보면서 예능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새롭게 도전하려는 절실한 마음으로 오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하는 일이 잘 안된다고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한거면 말리고 싶다. 한두 번 게스트로 나와 재미를 줄 수 있지만 결코 운동보다 쉽지 않다. 이 바닥이 스포츠보다 더 험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 “트위터서 무게 잡을 필요 있나, 배용준 이병헌도 아닌데.”

- 당신은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트위터를 거의 손에서 놓지 않는 것 같다.

“야구 선수일 때는 팬들하고 거리가 있었다. 선수로서 어쩔 수 없는 보호 장벽이기도 했다. 이제는 팬들과 쌍방향 소통을 해도 되는 때가 아닌가 싶다.”

- 트위터 멘션을 보면 정겨운 성격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트위터에서 무게 잡을 필요 있나. 내가 배용준, 이병헌 같은 톱스타도 아니고.(웃음) 옆집에 사는 오빠, 형, 동생 같은 느낌으로 소통하고 싶다.”

- 트위터 멘션이 때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100을 다 얻을 수는 없지 않겠나. 때로는 욕을 먹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게 무섭다고 소통을 피하고 싶지는 않다. 트위터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다.”
● 야구로 받은 사랑, 야구로 돌려드리고 싶다

- 양준혁 야구재단을 만든 이유는 뭔가.

“야구로 받은 사랑을 야구에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아이들에게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야구재단은 죽을 때까지 놓지 않을 평생의 과제다.”

- 왜 유소년 야구단인가.

“요즘 아이들은 어려우면 부딪치기 보다 부모부터 찾는다. 지는 법도 알아야 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도 가르쳐주고 싶었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메시지를 야구를 통해 전해주고 싶었다.”

- 재단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부모의 반대가 예상 외로 거셌다. 운동을 하면 학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편견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체력이 좋아지고 그게 학업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

- 최종 목표는 뭔가.

“양준혁 야구장을 건립하는 일이다. 야구를 통해 받은 과분한 사랑을 후배 선수들과 야구 꿈나무들, 그리고 야구팬들이 마음껏 야구를 사랑할 수 있도록 그 터전을 만들어주고 싶다.”
● 1969년 5월 26일 대구광역시 출생
● 188cm, 95kg
● 남도초-경운중-대구상고-영남대
● 프로야구 경력-1993년 삼성 라이온즈서 데뷔. 이후 해태 타이거즈, LG 트윈스를 거쳐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와 2010년 은퇴. 1996·1997·1998·2001·2003·2004·2006년 골든글러브 수상.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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