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감수성’ 오랑캐 김지호 “유전성 탈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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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6일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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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모히칸 스타일 남겨…오랑캐 역 따게 돼
●여장, 몸개그, 이제는 자신 있어
●한 달 전 여자친구와 헤어져…결혼하고 싶은 남자 김지호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메이크업 컬러요? 핫핑크요. 제가 핑크색을 좋아해요. 올 겨울 보드복도 핑크색으로 장만했죠.”

주저 없이 대답한 그녀가 아닌 ‘그’는 개그맨 김지호(31)다. ‘무한도전’ 훈남 조정코치 김지호, 여배우 김지호와 달리 그는 ‘오랑캐’로 통한다.

KBS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감수성’에서 김지호는 조선을 침입한 청나라 군인 일명‘오랑캐’로 조선의 임금과 신하 앞에서 고문 등을 당하면서 서운함을 표현한다. 특히 무희, 모나리자 등 나름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가 정체가 발각되면 “아니, 어떻게 알았지!”라며 놀란 듯 한 능청스러운 ‘발 연기’를 한다.

소속사 시무식 식사자리에서 만난 김지호는 “뷔페 3접시 밖에 못 먹었어요. 이 체격을 유지하려면 모자라죠. 다이어트요? 백번도 넘게 시도해 봤을 걸요”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그리고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두 컵 째를 푸며 기자와 마주앉은 그는 묘하게도 사랑스러웠다.

▶ “‘무도’ 조정코치 김.지.호처럼 훈남 아니라 죄송”

김지호는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코너 ‘드라이클리닝’, ‘세뇨리따’, ‘미끼’를 거쳐 ‘감수성’의 ‘오랑캐’로 드디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초등학생도 안다는 ‘오랑캐’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지호는 연신 “크허허허!”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초등학생들은 ‘오랑캐다!’하면서 때리기도 하고 바지도 벗기려고 해요. 놀이동산이 있는 인형탈 같나 봐요. 그런 관심이라도 기분 좋아요."

하지만 문제는 ‘김지호’가 아닌 ‘오랑캐’가 인기라는 것이다. 기자 역시 인터뷰 중간마다 ‘오랑캐 씨’라고 부를 지경.

“요즘 '오랑캐'로 개명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저희 엄마도 주변에 ‘우리 아들이 오랑캐야~’라고 자랑하신대요. 게다가 '무한도전'의 훈남 조정코치님, 여배우 김지호 씨도 잘생겼는데……. 이름을 '오랑캐'로 바꿔야 할까 봐요.”

코너 ‘감수성’의 시작은 현빈 하지원 주연의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부터다. ‘시크릿 가든’에 푹 빠진 김지호가 드라마 OST ‘상처만’을 핸드폰에 담고 다니며 일상생활에 적용해본 것. 실제 나이트클럽에서 함께 자리했던 여성이 갑자기 자리를 뜰 때 OST를 틀어 즉석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이트클럽에서 반응이 좋은 개그는 무대 위에서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립스틱 바르며 수치심 느껴 눈물도……."

서수민 PD 지휘 하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20%가 넘는 일요일 예능 강자로 승승장구 중이다. 그 중심에는 ‘사마귀 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애정남’ 등 시사 풍자 코미디가 있다. 22기 최효종, 김원효, 박영진, 송준근의 활약도 돋보인다. 김지호 역시 같은 기수이지만 색깔이 다르다. 그는 ‘말’이 아닌 ‘몸’으로 개그 한다.

“제가 여장하는 모습을 본 유민상 선배가 ‘넌 말로 웃겨야지 왜 여장을 하면서 웃겨!’라고 했죠. 묘한 수치심이 느껴지더라고요. 립스틱 바르면서 눈물도 나려고 하고…….하지만 나중엔 상황이 반전됐죠. 제 옆에서 유민상 선배가 여장을 함께 했어요. (웃음) 서로 예뻐 보이려고 ‘야! 너 볼 터치 하지마’, ‘가발 쓰지마’, ‘머리 띠 하지마’라며 욕심냈죠. 웃긴 화장보다는 진짜 예뻐 보이려고 ‘꽃 분장’을 해요. 볼 터치도 하트 모양으로 바꿨죠. 이젠 여자들의 성형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

김지호가 자가 진단한 ‘여장’ 매력 포인트는 “진한 눈썹 때문에 화장을 하면 인상이 더 또렷해 보이는 것"라고 했다.

그는 ‘감수성’ 코너를 처음 짤 때부터 선배 개그맨 김준호가 찍은 ‘오랑캐’다. 180cm, 98kg의 큰 체격에 머리 위 부분만 남겨놓은 반 삭발 머리는 누가 봐도 오랑캐역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사실 20대부터 탈모가 있어요. 유전인가 봐요. 탈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미용실에서 일본 잡지에 실린 멋진 헤어스타일을 따라한 거예요. 탈모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았죠. 그런데 미용사가 바리캉으로 붕붕 미는데 얼마나 당황했던지. 거의 삭발 수준이라 방송을 위해 위 머리는 모히칸 스타일로 조금 남겼어요. 다행히 이 스타일은 스트레스도 안 받고 머리카락도 덜 빠져서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결코 외형적인 조건 때문에 그가 ‘몸 개그’, ‘분장 개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데뷔 전 수근이 형, 병만이 형이랑 이영애 씨 주연 영화 ‘선물’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또 수근이 형이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 할 적에 1년 넘게 따라다녔죠. 하지만 수근이 형은 직접 가르쳐 주지도 않고 끝까지 자리를 안 내주더라고요. 효종이 같은 개그도 해보고는 싶지만 ‘개콘’이 뷔페라면 김지호 식 개그는 뷔페의 많은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알고 보니 순정남 “오랑캐랑 결혼 좀 해주세요”

그의 2012년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오랑캐'란 캐릭터를 뛰어넘는 것이다.

“과거 정종철 선배가 수상소감으로 ‘옥동자가 너무 강한 캐릭터라 주변에서 모두 '너 끝났다'라고 했지만 '마빡이'로 상을 받았다. 옥동자 이미지를 깨기가 힘들었다’라고 말했죠. 저도 공감해요. 더 재미난 캐릭터로 거듭나고 싶어요.”

그리고 남은 한 가지 목표는 결혼. 인터뷰 동안 먹던 아이스크림을 딱 한 스푼 남기고 그는 여자친구 이야기에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검지는 테이블보를 긁기 시작했다.

“여자친구 없어요. 기자님, 저랑 결혼하실래요? 크허허허!”

장난처럼 청혼을 하더니, 요즘 여자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한 달 전에 이별했다는 것.

“저는 많이 좋아했는데 상대는 저만큼 진실 된 마음을 안 보여주더라고요. 그저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오랑캐와 만난다’고 자랑만 하고…. 이상형은 진심으로 다가오는 여자예요. 외모는 저처럼 덩치가 크지만 않으면 좋고요.”

사랑 때문에 상처받기도 민망하다는 서른 두살(한국 나이)이라고 했지만, 김지호는 언제든지 결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당장 아기도 갖고 싶어요. 아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글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사진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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