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엄태웅-정려원, 이렇게 결혼까지 가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4일 15시 07분


코멘트
여기 곰 같은 남자가 있다.

동주(엄태웅)는 나이 서른셋에 여자에게 번호를 따는 법도 모르고, 야외로 놀러가 버너 대신 공구함을 들고 오는 남자다. 모든 것에 서툴지만, 여자친구 말이라면 껌뻑 죽는 척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론 바닷가에서 여자친구에게 기타와 함께 노래를 불러주는 다정함도 갖췄다. 한마디로 “힘도 세고, 말도 잘 듣고, 운전도 잘하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동생 부부에게 얹혀사는 ‘반백수’라는 점 빼고.

반면 송경(정려원)은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다.

‘밀당(밀고 당기기)’에 능수능란하고, 타이밍 좋게 애교는 물론 ‘집에 안 들어가기’ 신공을 발휘하는 초특급 ‘조련사’다. 연애뿐만이 아니다. 하릴없이 로또에 매달리는 남자와 달리 참 야무지다. 다이어리를 끼고 살며, 철저한 계획과 조사는 필수. 생일선물로 포스트잇을 받을 정도다. 직업은 인기 신붓감인 은행원이고, 외모도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미인이다. 이쯤 되면 앙큼함과 씩씩함을 고루 갖춘,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 곰과 여우는 우연히 같은 날 병원에서 만나 나란히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술로 자신을 위로하던 ‘곰’ 동주는 덤덤히 죽음을 기다리는 ‘여우’ 송경에 이끌려 기괴한 데이트를 하게 된다. 자신들이 묻힐 곳을 찾기 위해 납골당과 수목장을 방문한다든지, 꽃무늬 유골함과 황금 수의복을 둘러본다든지 하는. 자신에게 맞는 관을 찾아 직접 누워보는 입관체험도 마다하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죽음의 그림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네버엔딩 스토리’는 시한부 인생을 소재로 끌어온 로맨틱 코미디다. 전작 ‘통증’에서 혈우병을 앓았던 정려원이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또 아파?’라고 했지만, 뇌종양은 주어진 단어일 뿐이었다”라고 했듯, 영화는 내내 발랄하다. 중반부에 이르러 병의 증세에 따른 몇몇 장면이 삽입되지만, 큰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던 두 남녀가 만나 서로 닮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그대로 따라간다.

특히 실제 성격과 모습을 스크린에 구현한 듯한 엄태웅과 정려원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이다. 엄태웅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보여준 ‘엄순둥’ 그대로이다. 작지 않은 덩치로 걸핏하면 운다든지, 여자친구를 향해 헤벌쭉 웃는 모습이 그렇다. 정려원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 다닐 때 왕따였지?”라고 묻는 동주에게 “원래 나처럼 예쁘고 똑똑한 애들은 따돌림 안 당해”라고 답하는 송경. 1분1초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 같은 이 말라깽이 아가씨는 능청과 당당함을 오가며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단 죽음과 인생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이 영화의 허점이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지나치게 덤덤한 송경의 반응은 비단 성격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생긴다. 또 신파를 피하기 위해 뿌려놓은 경쾌함이 삶과 죽음과 결부했을 때 다소 가벼워 보인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과정을 생략한 듯한 결말도 아쉽다.

하지만 편한 마음으로 즐길,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는 손색이 없다. 게다가 엄태웅이 “관객 수 250만 명을 넘으면 정려원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려원은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고, 유선은 “엄태웅이 몰래 정려원만 고기를 사줬다”고 제보했다. 영화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엄태웅이 던진 고도의 작전이라고 해도 꽤 흥미진진하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두 커플이 더욱 달콤하고, 실감나 보인다. 나아가 엄태웅, 정려원 두 배우가 현실에서 ‘해피엔딩’해서 진짜 ‘네버엔딩 스토리’를 찍어주길 바라는 망상도 살짝 스쳐지나간다. ‘이것 참 애매~한’ 영화다.

사진제공=아일랜드픽처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