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에 쏟아지는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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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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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정 감추는 우리 아버지 생각나”… 채널A 주말극 ‘청정드라마’ 호평

채널A의 ‘무공해’ 가족 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불암(가운데)이 유호정(정재인 역·오른쪽)의 아버지 정부식 역을 맡아 곰삭은 아버지 연기를 보여준다. 뒷모습의 단발머리 소녀가 영화 ‘아저씨’로 스타덤에 오른 아역배우 김새론(강은수 역)이다. 채널A 제공
채널A의 ‘무공해’ 가족 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불암(가운데)이 유호정(정재인 역·오른쪽)의 아버지 정부식 역을 맡아 곰삭은 아버지 연기를 보여준다. 뒷모습의 단발머리 소녀가 영화 ‘아저씨’로 스타덤에 오른 아역배우 김새론(강은수 역)이다. 채널A 제공
“너 주워온 거 아냐.”(엄마 재인)

“알아. 우리 운명적으로 만났잖아. 10년 전에. 나 세 살 때. 그때 우리, 첫눈에 서로 반했지?”(큰딸 은수)

“…맞아.”(재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모녀 사이다. ‘애 딸린’ 은수 아빠가 첫사랑 재인(유호정)과 재혼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아빠는 이들을 버리고 또 다른 여자에게 가버렸고, 남겨진 모녀는 “주워온 애” “유부남 꼬드겨 결혼한 여자”라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운명적 첫사랑’이라며 다독인다. 가족은 핏줄 이상의 무엇으로 맺어진 인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종합편성TV 채널A 주말 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토·일 오후 7시 50분)이 명품 휴먼 드라마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곰배령’은 여주인공 정재인이 두 딸 은수(김새론) 현수(안서현)를 데리고 의절했던 친정아버지 정부식(최불암)을 찾아가 함께 살면서 겪는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단풍이 한창인 계절에 강원 홍천에서 담은 화면은 수채화 같은 영상미로 따뜻함을 더한다.

곰배령은 실제로는 강원 인제군에 있는 지명. 6·25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한 곳이다. 등장인물들은 현대사의 굴곡과 가족의 해체 속에서 다양한 상처를 품은 채 서로 대립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극중 팔복(이주실)의 대사에서 이런 주제의식을 읽을 수 있다.

“그짓말(거짓말)은 어째 그리 빠를까? 살도 막 붙고, 참 억울해. 그래두 천만 다행인 건 뭔 줄 아네? 느리긴 해두 진실이 언젠간 반드시 그짓말을 따라잡는다는 기야. 두고 보라, 따라잡나 아이나.”

‘국민 아버지’ 최불암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은수가 “할아버지 진짜 손녀 되려 했는데 세상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나 봐요”라고 하자 부식은 은수를 데리고 산으로 간다. 그곳에서 가지를 접붙여 키운 돌배나무를 보여주며 말한다. “접붙인 가지는 원래 나무에 꽉 붙어 있기만 하면 열매를 주렁주렁 다는 거야. 지가 노력 안 해도 돼. 건방지게 무슨 노력을 해.”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울었다” “겉으로는 무정하지만 속으로는 더 아파하는 우리네 아버지 모습이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 외에도 게시판은 악플 없이 칭찬 일색이다. “요즘 이런 드라마 보기 힘든데 정말 반갑다. 억지 설정과 오버액션, 욕설, 시답지 않은 대화 등 봐도 짜증만 나는 드라마가 태반인데 곰배령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 차분하니 아늑하게 느껴진다.” “막장드라마만 보다가 따끈따끈한 가족드라마 보니 좋다. 청정드라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도 “눈물 콧물 쏟으며 봤다” “훈훈한 드라마라 기대된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케이블 콘텐츠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이 많고 트렌드 장르에 기대는 경향이 있었는데 곰배령은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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