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 나긋나긋 읊조리듯…그러나 참으로 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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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7시 00분


■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투모로우’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노래가 지닌 진짜 힘은 ‘읊조림’에서 나온다.

온 몸의 에너지를 쥐어짜 뿜어내는 샤우팅보다 혼잣말을 하듯 나긋나긋 읊조릴 때 훨씬 더 깊은 마음에 손톱자국을 남긴다.

웅산은 최근 새로운 앨범을 내놨다. 그것도 동시에 두 장의 각기 다른 음반을 발표했다.

하나는 정규 6집이고, 또 하나는 일본에서 재즈오디오디스크대상 보컬부문 금상을 받은 앨범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웅산의 살짝 다른 한일 ‘맞춤형 컬러’를 비교해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규 6집 ‘투모로우(Tomorrow)’의 첫 곡 ‘투모로우’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느낌은 ‘이건 뭐지? 블루스잖아’였다. 이어 ‘이건 재즈’, ‘이건 팝이네’하다가 결국 도달한 지점은 “참으로 쿨하구나”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니 웅산이 “우하하” 웃었다.

“놀라운데요. 이번 앨범 콘셉트가 ‘쿨재즈블루스’거든요. 2집 앨범이 ‘더 블루스’였죠. 그땐 재니스 조플린처럼 절규하는 블루스였는데, 6년이 지나 2011년 블루스 콘셉트는 재즈가 녹아들어간, 절제되고 정제된 블루스예요. 흑인 블루스와 백인 블루스의 중간 정도랄까요.”

이번 앨범이 더욱 쿨하게 들리는 것은 그녀가 지닌 ‘읊조림의 마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담백’을 넘어 ‘창백’하게 들릴 정도다.

“멜로디가 있는 듯 없는 듯 이야기처럼 노래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죠. 라이브에서는 (샤우팅을)하겠지만 앨범은 언제든지 편히 들으실 수 있도록 나지막하게 노래할 생각입니다. 강한 건 한 방은 있지만 잔잔하게 스며들지는 못하죠.”

일본은 세계적인 재즈강국이다. 재즈를 변방의 음악 정도로 생각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그런 일본 재즈 팬들에게 웅산은 “앨범 만들어오겠다” 큰소리를 치고 돌아왔다.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을 프로듀서로 삼고, 기타리스트 찰리정의 음색을 끌어들였다.

“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쓴 곡이 ‘투모로우’입니다. 세상을 향한 마음(웅산은 ‘자비’라고 했다)을 표현한 것이죠. 도화지에 물감이 뿌려져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 듯한 이미지를 갖고 만든 곡이에요. 비록 ‘사랑’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큰 느낌의 사랑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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