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잠정 은퇴한 후 오락 프로그램의 MC계에서는 유재석의 독주 속에 이수근이 강호동-유재석 시대를 이을 차세대 기대주로 전망됐다.
유재석‘포스트 강호동’ 시대 MC계의 지각변동을 가늠하기 위해 본보가 전문가들에게 지상파 예능프로 메인 MC 10명에 대한 평가를 의뢰한 결과 유재석은 10점 만점에 9.5점을 받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유재석은 KBS ‘해피투게더’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등 지상파 3사 주요 예능 프로의 진행을 모두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에 대해 “자타 공인 무결점 진행자”라고 평가하면서도 “진행 가능한 프로 유형이 연예인과 어울리는 프로 등으로 제한적”인 점은 극복해야 할 한계로 지적했다.
유재석의 1위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2위(평균 7.9점)에 오른 이수근을 주목할 만하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공동 진행하는 이수근은 “활동량, 감각, 다양한 예능 프로에서 쌓고 있는 경험 등을 종합해볼 때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로그램을 예측불허의 전개로 이끌어낼 수 있는 신기한 캐릭터” “순간적 애드리브가 최고이고 진행력도 갖췄다”는 호평도 끌어냈다. 하지만 “2인자 캐릭터”라는 단점도 지적되면서 “프로를 대표할 강한 개성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수근은 2일 강호동이 빠진 첫 ‘1박2일’ 방송에서 오프닝 멘트를 맡았고, 이날 시청률은 강호동이 출연한 전주보다 0.6%포인트 오른 23.9%였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 이수근의 부상은 강호동의 공백으로 촉발된 MC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수근 다음으로는 신동엽 이경규 이승기가 7.3점을 받아 공동 3위에 올랐다. 강호동이 빠진 SBS ‘강심장’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이승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잠재력이 풍부한 신세대 MC 대표주자”라고 호평했다. 반면 노래와 연기 등 전문 분야가 따로 있어 MC에 전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동엽에 대해선 “유재석과 강호동을 합친 것 같던 전성기에 비해 이젠 기대할 게 없다” “날렵한 속도와 냉소적 면모가 무뎌지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와 마이크 앞에 선 천재 진행자” “원톱 존재감이 여전하다” 등 기대감은 여전했다.
이경규는 “강호동의 살짝 권위적이면서 위악적인 카리스마, 동료 연예인을 빛나게 해주는 배려와 센스는 이경규를 많이 계승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장엄하게 지는 해” “능력의 80%만 쓰는 게 장수 진행자의 비결이면서도 아쉬운 점”이라는 따끔한 지적도 받았다.
평가 대상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박미선은 이휘재와 공동 6위를 기록했다. 그는 “중장년 시청자들을 붙잡는다” “풍부한 경험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는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이휘재의 경우 “무난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 가운데 “여성 출연자들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다”는 이색적인 호평이 나왔다.
8위 남희석에 대해 전문가들은 “순발력과 전체의 흐름을 잡는 센스, 풍부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주류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다. 방송이 최대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고 지적했다. 9위 김국진은 “혼자 프로를 끌고 가기엔 힘에 부친다”는 지적을 받았고, 10위 김용만은 “무난하다는 게 강점이자 약점”이라는 게 중평이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전문가 평가단
김재범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장, 김현철 tvN 전략콘텐츠총괄 CP(예능프로그램 총괄), 박중민 KBS 예능국 2EP(‘해피선데이’ ‘개그콘서트’ 등 총괄),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이민호 MBC 예능2국 기획제작2부장(‘위대한 탄생’ 등 총괄) 이상훈 채널A 제작2팀장(예능프로그램 총괄), 이창태 SBS 예능국 2CP(‘스타킹’ ‘힐링캠프’ 등 총괄)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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