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토크쇼 여성MC ‘3색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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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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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 앞에선 다 털어놓고마는…

미국 방송가에 오프라 윈프리와 바버라 월터스가 있다면 한국엔 이승연, 오현경과 백지연이 있다. 여자들끼리만 통하는 얘기로 수다 떠는 쇼든 화제의 인물이 나오는 시사 프로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케이블TV 토크쇼에서 여자 MC들이 선전하고 있다. 이들은 “내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미국에 있을 때” “밥 해줄 사람 구해야지” 등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솔직함을 내세워 출연자들이 속내를 털어놓게 만든다. 남자 MC 위주인 지상파 채널과 차별화하는 동시에 케이블 채널을 많이 보는 여성 시청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방송사들의 캐스팅 전략이다.

스토리온의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들’, tvN의 ‘러브 송’은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배우 이승연(43)과 오현경(41)이 여성 출연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가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를 닮았다. 오프라 윈프리는 성폭행당했던 과거를 공개한 뒤 비슷한 아픔을 가진 여성들을 출연시키며 토크쇼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이승연과…’엔 진행자 이승연과 비슷한 연령대인 30, 40대 주부 100명이 방청객으로 등장해 여자들의 관심사를 놓고 얘기를 주고받는다. 이승연은 출산 후 30kg을 뺀 비법을 공개하고, ‘남편과 사이가 멀어졌을 때 결혼식 영상을 돌려보며 관계를 회복했다’는 등 경험을 들려주며 공감을 얻고 있다.

‘러브 송’은 연예인들이 출연해 개인사에 얽힌 음악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 오현경은 악관절 수술이 잘못돼 미국에서 잠적했던 아픈 과거를 털어놓으면서 출연자들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조언숙 PD는 “게스트가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아야 하는 프로이기 때문에 오현경 씨처럼 게스트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MC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온스타일의 ‘겟 잇 뷰티’를 진행하는 가수 출신 배우 유진(30)은 미국 ‘타이라 쇼’의 진행자 타이라 뱅크스와 비교된다. 20대 여성 시청자들에게 예뻐지는 비법을 전수하는 ‘예쁜 왕언니’ 같은 모습이 ‘여성은 누구나 예쁘다’란 메시지를 전하며 미용 비법 등을 알려주던 슈퍼모델 출신 뱅크스와 닮았기 때문이다. 유진은 최근 방송 내용을 담은 ‘유진’s 겟잇뷰티’를 출간해 교보문고 집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0위에 오르며 ‘뷰티 전도사’로서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QTV의 ‘수미옥’은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 김수미(60)가 정치 사회 문화 각 분야의 출연자들에게 요리를 해주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토크쇼다. 김수미는 ‘욕쟁이 할머니’처럼 거친 입담으로 게스트의 긴장을 풀어주거나, 미혼 남자 출연자를 만나면 “밥 해줄 사람 구해야지” 하며 에둘러 여자친구 얘기를 끌어내기도 한다.

앵커 출신으로 tvN의 시사 토크쇼 ‘피플 인사이드’를 진행하는 백지연(45)은 미국의 여성 앵커 바버라 월터스와 비슷하다. 월터스가 ABC 뉴스매거진쇼 ‘20/20’에서 그러했듯 그도 이 프로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소설가 이문열, 미국 뮤지션 퀸시 존스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인터뷰한다.

24년째 방송 진행을 하는 백지연은 개인 인맥으로 게스트를 섭외하는 경우도 많고,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 이 프로의 정해상 CP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서너 시간씩 인터뷰가 가능할 정도의 식견을 갖춘 인물이 국내에 드문데 백지연 씨는 그중 한 명”이라며 “앞으로는 월터스처럼 총괄프로듀서의 역할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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