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잃은 서태지 팬들 3단계 심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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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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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에서 실망으로 다시 분노로…

‘경악에서 실망 좌절, 실망에서 분노 공격으로….’

환상의 크기만큼 상실감도 반비례했다. 무너진 기대는 우상에 대한 공격으로 바뀌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서태지 노래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A 씨(32·여)에게 그는 ‘우상’이었다. 이혼은 커녕 결혼도 하지 않았을 거라 굳게 믿었던 서태지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21일 A 씨는 인터넷 팬클럽 게시판을 통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서 A 씨는 분노했다. “서태지라는 사람에 대해 20년을 믿어 왔다. 해명조차 하지 않는 건 팬을 무시하는 처사다”며 화를 냈다. 애정이 실망감을 통해 급속히 분노로 전환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팬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실망이 배신감으로 이어지면서 공격성으로 발현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서태지를 팬들은 단순한 연예인이 아닌 신영웅 같은 존재로 인식해 왔다”며 “이런 인물이 갑자기 이혼 돈 같은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문제에 휘말리면서 우상을 잃은 팬들의 실망감이 거꾸로 숭배 대상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립과정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사랑과 증오, 기대와 실망처럼 서로 대립되는 감정은 항상 같이 존재하는데 한쪽 감정이 약해지면 반대 감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

또 평소 서태지가 가진 ‘순결한’ 이미지가 팬들의 실망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에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를 빗댄 ‘서진요(서태지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도 등장했다. 이곳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기사를 모아 소개하고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 이 카페는 “서진요라는 이름은 서태지 본인이 나서서 루머를 일축하고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곽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공격적인 성향도 더 강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태지는 지인에게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것 외에는 4일째 침묵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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