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테일러 1932~2011]‘저승에서 보내온’ 부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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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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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6년前 숨진 기자가 쓴 오비추어리 일부 수정 게재

23일자 뉴욕타임스(NYT)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부고 기사 ‘할리우드 매력의 빛나는 최절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어 내려가던 독자들은 기사 뒤에 붙은 마지막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기사를 쓴 멜 구소 기자(사진)는 2005년 사망했습니다. 윌리엄 맥도널드 기자 등이 기사를 업데이트했습니다.”

35년간 4000여 건의 기사를 쓴 베테랑 기자였던 멜 구소는 영화 연극 전문기자로 활동하다 71세에 암으로 사망했다. 유명인의 예기치 않은 죽음에 대비해 미리 부고 기사를 써놓는 신문사 관행에 따라 테일러 생전에 부고 기사를 미리 써놓았던 것. NYT 부고면 담당 에디터 빌 맥도널드는 “구소가 생전에 써둔 기사가 너무 훌륭했다. 우리는 독자들이 이 기사를 즐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사는 4000단어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내용의 충실함에서 타 매체를 압도했다는 평을 들었다.

NYT에 이미 사망한 기자가 써놓은 부고 기사가 실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3년 미국 코미디 황제 밥 호프가 100세로 사망했을 때 그의 부고 기사를 쓴 사람은 3년 앞선 2000년 사망한 빈센트 캔비 기자였다.

부고 기사를 미리 써두는 바람에 죽지도 않은 유명인의 부고 기사가 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2003년 미국 CNN 방송 홈페이지의 오류로 당시 멀쩡히 살아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밥 호프의 부고 기사가 게재돼 인터넷에 급속히 퍼졌다. 밥 호프의 경우 100세까지 장수하는 동안 생전에 두 번이나 부고 기사가 실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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