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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연예

김은숙 작가 “해피엔딩, 트위터로 힌트까지 줬는데… 아무도 안믿더군요”

입력 2011-01-17 03:00업데이트 2011-01-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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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종방 ‘시크릿 가든’ 김은숙 작가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결국은 착한 사람들이 복을 받는다고 믿어요.” SBS의 인기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도 동화 속 행복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마지막 회 방송을 몇 시간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시크릿 가든’ 작가 김은숙 씨(38)를 만났다. 모자를 눌러쓰고 화장도 하지 않은 민얼굴에서는 피로가 역력하게 느껴졌다. 그는 14일까지 대본 작업을 하고 이날 오전에도 촬영 현장을 찾은 뒤였다. 인터뷰가 끝난 후 ‘시크릿 가든’의 종방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그는 “이제 속이 후련하다. 빨리 충북 제천 집에 내려가 아이랑 살을 부비면서 뒹굴고 싶다”며 웃었다.》

마지막 회가 임박한 16일 오전까지 촬영현장에 있었다는 김은숙 작가는 “속이 후련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결말에 대해 일었던 수많은 궁금증에 대해서는 “결국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고 믿는다”고 했다. 사진 제공 김은숙 작가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나.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있었지만 이런저런 기사와 인터넷 포털의 검색어, 숱한 패러디들을 보면서 인기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 것 말고는 연락이 안 되던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것? ‘파리의 연인’ 때 모교인 강일여고에 ‘선배님 자랑스럽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기는 했지만, 보통 다른 드라마 할 때는 고향(강원 강릉) 친구들이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몰랐다. 이번에는 내가 뭘 하는지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더라.(웃음)”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청자들이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해주신 것 같다. 복잡한 삼각관계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싸우기보다는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두 커플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지금까지 내가 했던 설정들을 피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이런 점들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고 편하게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결말을 앞두고 시청자들로부터 해피엔딩에 대한 요구도 빗발쳤다. 작가는 남편으로부터 ‘주원이 죽는 거야? 죽이기만 해 봐? 이혼할 거야!’라는 문자까지 받았다고 했다.

―당초 생각했던 엔딩과 다른 것인가.

“아니다. 지금까지 첫 드라마 ‘태양의 남쪽’ 빼고는 모든 작품이 해피엔딩이었다. 이번 드라마도 처음부터 해피엔딩으로 결정하고 시작했다. 트위터를 통해서 힌트까지 줬는데, 내가 ‘양치기 소년’이라고 생각하는지 다들 믿지 않았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한 번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나도 ‘파리의 연인’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다. 여자 주인공(김정은)의 꿈으로 끝난 것도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워낙에 싫어해서….”

―여주인공을 스턴트우먼으로 한 이유는….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였고, 백화점 사장이라는 김주원(현빈)의 직업과 가장 동떨어진 직업이었다. 길라임(하지원)을 통해 단지 액션이 좋아 모든 것을 거는 스턴트 배우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무엇보다도 판타지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불기둥이 솟구치는 등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이 필요한 설정은 제작비 여건상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밖에 없었다. 영혼이 바뀌는 것은 배우들만 있으면 되니까.(웃음)”

―‘파리의 연인’의 남자 주인공 한기주와 김주원 모두 재벌 2세인데, 두 캐릭터가 어떻게 다른가.

“한기주가 성숙하고 점잖은 재벌 2세였다면, 김주원은 허세에 가득 차 실제 재벌 2세들이 할 만한 고민을 하는 인물이다. 사랑도 갖고 싶지만 내가 가진 돈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욕망에 충실한 남자로 지금까지 내가 그렸던 남자 주인공들 중 가장 나쁜 남자이다. 하지만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이 입은 트레이닝복의 가치를 설명하는 ‘허당’ 같은 면도 지니고 있다.”

‘시크릿 가든’이 인기를 끌면서 극중 김주원의 서재에 등장했던 책들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대형 서점이 아예 ‘김주원의 서재’ 코너를 만들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보니 아무래도 책이 가까이에 있고 인연이 많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에서는 처음부터 책 읽는 주인공을 설정했다. 그리고 재벌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더 부각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허영심으로 책을 읽는 것 같아 보이지만 꾸준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새로운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마침 세트를 지은 곳에 서재가 있었고 민음사에서 협찬을 해줘 서재를 채웠다.”

길라임(하지원)이 속한 액션스쿨 엠티에서 은밀히 단둘의 시간을 갖게 된 길라임과 김주원(현빈)이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 제공 화앤담픽쳐스
―19회에서는 김 비서(김성오)와 그 여자친구인 아영(유인나)이 김주원과 길라임의 ‘거품 키스’를 패러디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런 패러디들이 유난히 많았던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것들을 배치하면 그 장면을 받아들이기가 훨씬 쉽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답은 줄곧 준비된 것처럼 똑 떨어졌다. 인간으로서의 그는 어떤 사람일까. ‘개인적인 연애 경험이 드라마에 녹아 있는가’라고 슬쩍 떠보았다.

“김주원이 ‘네 꿈속은 왜 그리 험한 건데’라며 라임이의 미간을 눌러주는 내용 등은 우리 부부의 실제 이야기이다. 남편이 드라마를 보고 ‘내 것’을 갖다 썼으니 로열티를 내라는 농담도 한다.”

―트위터를 통해 시청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는데….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매 순간을 주인공들에 대해 고민한다. 주인공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시간이 잠시라도 필요했다. 평소에는 책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책도 눈에 안 들어왔다. 그래서 지인들과 소통도 할 겸 트위터를 시작했다. 작업할 때는 친구들과도 거의 연락하지 않는데 글로 몇 줄씩 안부를 묻는 것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청자들이 많이 찾아와 깜짝 놀랐다.”

그는 방송 작가가 되기 전까지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 지망생 시절에는 새우깡 한 봉지로 사흘을 버티기도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 스물다섯 나이에 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1999년 졸업한 이후에도 어려운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낙향을 고민하던 순간 드라마를 써 보라는 제안이 들어왔고 당시 내 첫마디는 ‘돈 많이 주냐’였다.”

―어린 시절에는 책 살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읽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는데….

“그렇다. 여고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내게는 현실을 도피하는 방법이 책밖에 없었다. 오정희, 신경숙 작가 등의 책을 섭렵했다.”

―이제는 회당 2000만∼3000만 원을 받는 1급 드라마 작가가 됐다. 스스로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어떻게 하다 성공의 증거가 됐는지 모르겠다.(웃음) 하지만 방송 작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보조작가를 해 본 적도 없고 방송작가교육원을 다닌 적도 없지만 늘 글 쓰는 일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은숙 작가는…::


1973년 출생. ‘시크릿 가든’ 속 길라임처럼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세 남매와 함께 살았다. “책 살 돈이 없어 어린 시절부터 공상을 하거나 동시를 썼다”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토지’ ‘태백산맥’ 등을 탐독하다 1997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 대학로에서 희곡을 쓰다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2003년까지 월세 30만 원짜리 반지하방에 살던 그녀는 드라마 ‘태양의 남쪽’(2003) ‘파리의 연인’(2004) ‘프라하의 연인’(2005) ‘연인’(2006) ‘온에어’(2008) ‘시티홀’(2009) 등의 작가로 활약하면서 회당 2000만∼3000만 원을 받는 스타작가가 됐다. 2005년 제4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을 받았다.


▼‘시크릿 가든’ 화제의 名대사▼

2011년 새해 대한민국은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들썩였다. ‘시크릿 가든’에 등장했던 명대사들은 숱한 패러디들로 이어졌고, 드라마 속에 등장한 모든 것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남자 주인공 김주원(현빈)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즐겨 사용되는 것을 넘어 온라인에서까지 각종 패러디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16일에는 이 대사를 패러디한 주차경고문까지 등장해 누리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백화점 사장인 김주원은 임원이 가지고 온 엉터리 기획안을 볼 때마다 이 대사를 내뱉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연말연시를 달콤하게 만드는 사회지도층의 센스란 이런 거야”라는 대사에서 나온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사회지도층’이라는 표현도 시청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드라마 속에서 김주원이 읽었던 책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방송 이후 10만 부 이상 팔려나갔으며, 해당 드라마에 책을 협찬했던 출판사 민음사가 ‘김주원의 서재’라는 이름으로 기획한 6권의 세트 상품도 4주 만에 7000세트나 팔렸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며 김주원이 즐겨 입은 ‘반짝이’ 트레이닝복의 가짜 상품도 대거 팔려나갔다.

백지영의 ‘그 여자’와 성시경의 ‘너는 나의 봄이다’뿐만 아니라 현빈이 직접 부른 ‘그 남자’ 등 드라마 OST도 발매 직후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 1위를 기록했다. 15일 열린 ‘시크릿 가든 OST 콘서트’는 예매 시작 5분 만에 2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시크릿 가든’의 영상만화 1권은 출간되자마자 초판 5000부가 매진됐고 2권도 현재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와 강이을 씨가 함께 집필한 소설도 5000부가 이미 판매됐고, 드라마 속 명장면들을 담은 탁상용과 벽걸이용 달력은 2만 부가 팔렸다.


▲동영상=‘진짜 길라임’이 밝히는 드라마 ‘시크릿가든’ 촬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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