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교묘한 양다리 행각” vs “흔들리는 女心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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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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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의 삼각관계남녀관객 엇갈린 반응꽃미남 2명 사이에서 갈팡질팡男관객 “취하고 싶은 것만 빼먹어”女관객 “어떤 여자라도 공감할 것”美紙‘캐릭터 몰입 부작용’ 경계

여주인공을 가운데 둔 삼각관계 로맨스를 암시한 ‘이클립스’의 영문 포스터. 남성 관객은 “뻔뻔하고 이기적인 ‘양다리’ 연애”라는 비판을, 여성관객은 “남자들의 여러 면을 따져보고 선택하는 게 뭐가 나쁘냐. 당연하다”는 호의적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 제공 오락실
여주인공을 가운데 둔 삼각관계 로맨스를 암시한 ‘이클립스’의 영문 포스터. 남성 관객은 “뻔뻔하고 이기적인 ‘양다리’ 연애”라는 비판을, 여성관객은 “남자들의 여러 면을 따져보고 선택하는 게 뭐가 나쁘냐. 당연하다”는 호의적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 제공 오락실
“모든 것이 시작된다. ‘선택’과 함께.(It all begins. With a choice.)”

한 여자를 가운데 두고 배경에 물러선 두 남자. 달빛 젖은 밤안개에 휩싸인 세 사람의 표정은 한결같이 심각하다.

7일 개봉한 ‘이클립스’(12세 이상 관람가)의 영문 포스터다. 카피와 사진을 보면 한 여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그린 영화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글 포스터에는 이런 ‘메시지’가 없다. 여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부각시킨 영문 포스터와 달리 인물 크기를 똑같이 맞추고 간격을 없앴다. 표정에서는 삼각관계를 암시하는 야릇한 긴장감이 사라졌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7일) 닷새 만에 관객 107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으며 지난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삼각관계를 다룬 내용임을 알지 못한 채 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관람 후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사이를 오가며 뚜렷한 ‘선택’을 주저해 두 미남자의 속을 썩이는 벨라가 논란의 대상이다. 남성들은 대개 “팜 파탈”이라 비난했고 여성들은 “어떤 여자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9, 10일 ‘이클립스’가 상영된 서울 시내 멀티플렉스 7곳에서 관객 40명(여자 21명, 남자 19명)의 의견을 들었다.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영화다. 잘생긴 남자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여자가 두 남자 중 한 명을 고르는 게 뭐가 이상한가.”―장소영 씨(26·여·회사원)

“어처구니가 없다. 벨라가 자신의 애정관계를 교묘하게 ‘관리’하는 것이 느껴져 불쾌했다.”―황진호 씨(22·남·아르바이트)

‘이클립스’는 2008년 시작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3편이다. 1편은 벨라와 에드워드, 즉 인간과 뱀파이어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2편 ‘뉴문’부터 제이콥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다. 에드워드와의 사랑을 완성하려면 벨라도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뱀파이어가 돼야 한다. 반면 제이콥은 늑대로 변신하는 괴물이긴 해도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이다. 두 남자 모두 벨라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돌보지 않는다. 현란한 싸움 실력, 사려 깊은 품성, 조각 같은 얼굴과 탄탄한 근육….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두 남자를 모두 좋아하는 것? 누구라도 비슷한 경우를 만날 수 있다. 남자 관객도 공감했을 것 같은데? ‘내 여자친구도 저렇게 흔들릴 수 있다’고 인정하면 자신의 생활도 더 자유로워질 거다.”―김이연 씨(24·여·고려대 사학과 4학년)

“벨라의 태도가 애매하다. 두 남자가 다 힘들 수밖에 없다.”―강현진 씨(21·남·가천의과대 2학년)

그러나 여성 관객도 영화 후반 제이콥과 벨라의 키스 장면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에드워드와 벨라가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다 끝났다”며 떠나려 하는 제이콥을 붙들며 벨라가 말한다. “널 잃고 싶지 않아. 키스해 줘….” 그걸 안 에드워드가 “너는 그 애(제이콥)를 사랑하는 거야”라고 담담히 말하자 다시 벨라가 답한다. “너를 더 사랑해….” 이 부분에서 남성 관객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벨라 인격에 장애가 있어 보인다. 헤어지겠다고 결단을 내린 남자를 다시 불러 키스하다니. 뭐 하는 거냐. 괘씸하다.”―석정환 씨(30·남)

“여자가 나쁘다. 두 남자를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 한 명을 남 주기도 아까워하는 것 같다. 두 사람에게서 취하고 싶은 것만 쏙쏙 빼먹는다.”―이모레 씨(26·여·회사원)

미국에서 ‘트와일라잇’ 시리즈 열풍은 극장 밖 사회현상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팬덤에 중독될 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이 영화에서 찾다가 지나치게 몰두해버린 팬들의 문제를 지적했다. ‘트와일라잇’ 소설과 영화에 빠져 종일 그 등장인물들에 관한 얘기만 하다가 파경 위기에 처한 주부의 사례 등이 소개됐다. 한국 관객들은 캐릭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면서도 대부분 ‘현실과 영화는 다르다’는 데 공감했다. 안혜령 씨(25·여·경희대 4학년)는 ‘이클립스’의 삼각관계에 대해 “벨라가 두 남자를 다 사랑한다고 하는 건 결국 둘 다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진혁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조혜경 인턴기자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dongA.com에 동영상


▲ 동영상 = 이클립스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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