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엇갈린 시청률…수목극 스타 기상도] 시청률 35%…김탁구엔 특별한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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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7시 00분


‘역시 드라마는 욕하며 보는 재미?’ 월드컵 열기가 진정된 요즘 안방극장의 핫이슈는 빵 굽는 남자들이 아닐까. KBS 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35%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지붕 뚫고 하이 킥’으로 스타덤에 오른 윤시윤은 이 드라마를 통해 안방극장의 차세대 톱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사진제공=KBS]
‘역시 드라마는 욕하며 보는 재미?’ 월드컵 열기가 진정된 요즘 안방극장의 핫이슈는 빵 굽는 남자들이 아닐까. KBS 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35%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지붕 뚫고 하이 킥’으로 스타덤에 오른 윤시윤은 이 드라마를 통해 안방극장의 차세대 톱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사진제공=KBS]
■ 수목드라마 천하통일

치열한 시청률 경쟁의 격전장인 방송3사의 수목드라마. 6월을 달군 월드컵의 열기는 요즘 고스란히 안방극장으로 옮겨왔다. 한 남자의 성공기를 다룬 KBS 2TV ‘제빵왕 김탁구’, 복수 치정극의 SBS ‘나쁜 남자’, 휴먼 멜로 전쟁드라마인 MBC ‘로드 넘버원’ 등 장르도 제각각인 드라마 3파전이 ‘포스트 월드컵’ 격전 속에 어떻게 승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드라마 간에 희비쌍곡선은 그려졌지만 과연 이대로 최종 결과가 굳어질지, 아니면 극적인 막판 뒤집기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 사자성어로 풀어 본 인기비결

최강막장
불륜…패륜…납치…막장 완결판

명불허전
중년 연기자 명품연기 흡입력 최고

어부지리
나쁜남자 ‘월드컵 결방’…탁구천하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으며 수목드라마를 평정한 KBS 2TV ‘제빵왕 김탁구’(극본 강은경·연출 이정섭). 상반기 방송한 드라마 가운데 30%를 넘은 것은 ‘추노’ 이후 처음이다.

사실 ‘제빵왕 김탁구’는 시작할 때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경쟁작으로 김남길·한가인 주연의 SBS ‘나쁜 남자’가 방송되고 있었고, MBC에서는 소지섭·김하늘·윤계상 주연의 제작비 130억 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드라마 ‘로드 넘버원’이 방송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노’에 이어 ‘신데렐라 언니’까지 전작들이 잇따라 히트를 해 방송사 내부에서는 10%의 시청률은 예상했다. 설마 지금처럼 35%까지 치고 올라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강력한 선두 후보였던 경쟁사의 두 드라마를 보란 듯이 따돌린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 한 남자 성공기에 짜릿한 통속의 옷을 입히다

1970∼80년대가 배경인 ‘제빵왕 김탁구’는 제과기업의 서자로 태어나 집에서 내쫓긴 김탁구(윤시윤)가 온갖 역경을 딛고 제빵업계의 장인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과정 속에 불륜, 납치, 패륜, 강간 등 막장 드라마의 요소가 모두 등장해 ‘통속 막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한 남자가 역경을 딛고 성공한다는 성공기는 신선한 내용이 아니지만, 이야기를 풀기 위해 막장 드라마의 요소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흔히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드라마의 흥행 공식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과기업 회장의 전광렬은 보모 전미선에게 아들 김탁구를 얻고, 전광렬의 아내인 전인화는 아들이 생기지 않아 남편의 친구이자 비서인 정성모 사이에서 아들을 낳는다. 전광렬의 어머니는 며느리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으로 쓰러져 머리를 다치지만 전인화가 방치해 결국 시어머니를 죽게 만든다.

전인화는 정성모에게 탁구의 생모인 전미선을 없애달라며 납치, 강간을 사주한다. 불륜과 강간 등 자극적인 소재가 나오자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더니 결코 막장으로 돌아왔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높은 비난만큼 시청률 수치는 올라갔다.

‘이것이 막장의 시작’ 불륜으로 싹튼 출생의 비밀, 기가 막히게도 자꾸 엮이는 등장인물들의 관계 등 ‘제빵왕 김탁구’는 ‘막장 드라마’가 드러내는 극적 장치들로 채워져 있다. 사진은 극중 제과재벌로 등장하는 전광렬(오른쪽)이 입주 보모인 전미선을 탐하는 장면. [사진제공=KBS]
‘이것이 막장의 시작’ 불륜으로 싹튼 출생의 비밀, 기가 막히게도 자꾸 엮이는 등장인물들의 관계 등 ‘제빵왕 김탁구’는 ‘막장 드라마’가 드러내는 극적 장치들로 채워져 있다. 사진은 극중 제과재벌로 등장하는 전광렬(오른쪽)이 입주 보모인 전미선을 탐하는 장면. [사진제공=KBS]

● 전광렬 명연에 팜 파탈 전인화·악역 정성모까지

이 드라마가 정상에 오를 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중견연기자들의 열연이다. 전인화·정성모·전광렬 등은 극 초반부터 아역배우들과의 호연으로 시청률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카리스마 있는 팜 파탈의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온 전인화와 정성모의 악역 연기, 여기에 전광렬과 전미선 등의 중견 연기자들이 안정적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드라마 내내 전인화와 전광렬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잠시라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 SBS 월드컵 생중계 ‘나쁜남자’에겐 독약

‘제빵왕 김탁구’는 기대치가 높은 화제작이 아니었다. 주인공인 윤시윤이 전작인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주목은 받았지만, 30부를 끌어가는 주인공에 적합할까 하는 의문에서다. 여기에 경쟁작인 SBS ‘나쁜 남자’가 초반부터 만만치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치고 올라왔다. 한 자리의 시청률로 시작한 ‘나쁜 남자’는 상승세를 타고 ‘제빵왕 김탁구’를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와 불과 0.2%밖에 앞서지 않았다.

하지만 SBS 월드컵 단독중계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나쁜 남자’가 2주간 결방했고, ‘로드 넘버원’이 뜻밖에 주춤하는 틈을 타 ‘제빵왕 김탁구’는 25%를 넘어선데 이어 1일에는 자체최고 기록인 35%를 돌파했다. 한 마디로 기막힌 ‘편성 대진운’의 이익을 본 셈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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