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 기자의 칸 편지] 한국영화 아쉬움 반 기대 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5월 24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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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섭섭하다.’

최근 몇 년간 이 말이 칸 국제영화제 취재만큼 실감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참 시원하면서도 못내 섭섭한 마음. ‘시’가 각본상을 탄 폐막식 취재를 마치고 프레스센터를 떠날 때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습관처럼 만나던 오래된 여자친구와 그다지 슬프지 않는 이별을 한 후, 서서히 아려오는 왼쪽 가슴의 낯선 통증처럼 말입니다.

20일 ‘시’의 공식상영 이후 황금종려상에 대한 성급한 기대가 나왔습니다. 그런 기대는 폐막식 당일까지 이어졌고, 그래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폐막일 내내 긴장 속에서 보냈습니다. 물론 각본상도 큰 상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탓에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허탈함도 그 아쉬움의 크기 만큼이었겠지요.

12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칸을 떠나는 한국영화도 저와 똑같이 ‘시원섭섭한 마음’일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가 각본상을 받았고, 비경쟁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하하하’가 대상을 차지해, 칸 영화제 두 부문에서 우리 영화가 큰 상을 받았다는 것은 시원함일 것입니다. 반면 평단의 기대가 무색하게 ‘시’가 황금종려상을 받지 못한 것, 60대 중반의 나이에 열연을 펼친 노배우에게 여우주연상이 주어지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가 제63회 칸 국제영화제를 떠나며 마음에 담았을 그 시원섭섭함은 기자가 그랬듯,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갖게 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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