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싸움’… 여론은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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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사 평행선… 17일 넘긴 파업 장기화 조짐

김재철 MBC 사장(왼쪽 사진 가운데)이 21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로 출근하려다 1층 정문에서 노조원
 100여 명에게 저지당하자 파업을 풀 것을 설득하고 있다. 이날로 노조 파업 17일째를 맞았지만 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은 5일 MBC 노조 서울지부의 파업 출정식 모습. 연합뉴스·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재철 MBC 사장(왼쪽 사진 가운데)이 21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로 출근하려다 1층 정문에서 노조원 100여 명에게 저지당하자 파업을 풀 것을 설득하고 있다. 이날로 노조 파업 17일째를 맞았지만 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은 5일 MBC 노조 서울지부의 파업 출정식 모습. 연합뉴스·동아일보 자료 사진
MBC 노조의 파업이 21일 17일째를 맞았지만 노사가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 등을 요구하며 5일 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안이 임원 인사 등 경영권과 관련된 것이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5일 이후 노조의 출근 저지로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일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에 막혔다. 21일 오전에도 출근을 시도했으나 들어가지 못했다. 김 사장은 “파업을 먼저 풀어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반면 노조는 “요구안을 먼저 들어줘야 파업 푼다”고 맞서고 있다.

○ 시청자들의 파업에 대한 관심 낮아

MBC 노조는 13일 아나운서를 비롯한 노조원들이 서울 신촌, 광화문, 여의도 등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파업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14일 서울 여의도 방송센터 앞에서 열린 ‘MBC 지키기 1만인 촛불문화제’의 참석 인원은 노조원, 언론운동단체 회원 등을 합해 500여 명에 불과했다. 이는 일주일 전인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촛불집회 참가인원(1000여 명)의 절반 수준으로 노조 재적 인원(191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MBC 파업이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파업 명분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천안함 침몰 사건 등 대형 이슈로 인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MBC의 잦은 파업과 지상파 영향력의 감소도 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노조는 이번 파업의 명분으로 황희만 부사장 선임 취소 등을 내걸었다. 김 사장은 노조가 황희만 씨의 보도본부장 임명에 반발하자 특임이사로 발령을 낸 뒤 다시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약속을 어겼다”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다른 방송사 노조의 공조도 어렵게 됐다. SBS의 한 기자는 “회사 내부 인사 문제를 다른 회사 노조가 동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노동부는 5일 “MBC 파업의 이유인 부사장 임명 건은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인사·경영권 침해 사안이고 불법 파업으로 인해 민형사상 불이익 및 징계 등이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08년이후 4번째 파업
勞, 김재철 사장 출근 저지
내부 人事문제로 충돌
시민들 공감 못얻어


MBC는 미디어관계법 개정에 반대해 2008년 12월과 2009년 2, 7월 등 세 차례나 파업을 했다. 이번 파업을 합치면 1년 4개월 동안 네 차례 파업(총 40일간·21일 기준)을 한 셈이다. 이 같은 잦은 파업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채널 다매체 시대가 되면서 개별 지상파의 파업이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실도 MBC 노조가 파업 명분을 외부로 확산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2000년 지상파TV의 시청 점유율은 78.5%로 케이블TV(21.5%)를 크게 앞질렀으나 올해 1분기에는 지상파TV 58.9%, 케이블TV 41.1%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내부 투쟁 열기는 높지만 파업을 (외부에) 이슈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사측 “다음 주부터 적극 대응”

김 사장은 21일 오전 8시 40분쯤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정문으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원 100여 명에게 막혀 50여 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김 사장은 “정치 투쟁을 하고 있다”고 노조를 비판했지만 노조는 “사장의 정치적 행보가 더 문제”라고 맞섰다.

김 사장은 노조가 9일부터 출근 저지를 시작한 이후 회사 인근 호텔 등에서 업무를 보며 충돌을 피해 왔다. 그러나 일요일인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불가”를 밝힌 뒤 20일부터 출근을 시도했고 노조가 파업을 이어갈 경우 다음 주부터 노조원 징계절차 돌입, 업무방해 및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기화 MBC 홍보국장은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다음 주부터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 시간 10~70분 축소
시청률 큰폭으로 하락
예능프로 줄줄이 ‘펑크’
자체제작 시트콤도 결방

노조는 사측이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이 (MBC 계열사 사장 인사에 대한 정권의 개입 의혹 발언과 관련해)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소송을 미루면서 노조에 대해서만 소송을 진행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사측은 공권력을 투입할 수도 있고, 노조는 단식 투쟁에 들어갈 수도 있다. 아직 파업이 끝에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3주째 이어지는 방송 차질

MBC는 파업 첫날 뉴스데스크를 55분에서 40분으로 줄이며 대부분의 뉴스 시간을 10분∼1시간 10분 축소해 방송하고 있다. 진행자도 비노조원으로 바꿨다. 파업이 이어지면서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뉴스데스크는 파업 전날인 4일 11.3%(AGB 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으나 파업 첫날 10.5%로 내려간 뒤 20일에는 8.3%로 떨어졌다. 20일 오전 6시 ‘뉴스투데이 1, 2부’도 2.3%, 4.1%를 기록해 파업 전(3월 30일)의 3.3%, 7.5%보다 크게 떨어졌다.

예능 프로그램들도 17일 ‘음악중심’ ‘우리 결혼했어요’ ‘세바퀴’, 18일 ‘무한도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 19일 ‘놀러와’, 21일 ‘황금어장’ 등 결방이 이어지고 있다. 무한도전은 200회 특집을 앞두고 있고 황금어장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인터뷰했지만 파업으로 방영일이 불투명한 상태다. 외주 제작을 하는 드라마는 차질이 없지만 자체 제작하는 일일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은 12일부터 결방하고 있다.

한편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대체했던 KBS와 SBS가 20일 ‘승승장구’와 ‘강심장’ 등 정규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MBC의 오락프로 결방과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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