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으로 끝난 최진실-최진영 남매의 성공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9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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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최진실에 이어 그의 하나뿐인 동생 최진영이 29일 숨진 채 발견되자 이들 남매의 비극적인 스토리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최진실-진영 남매는 어린 시절의 가난을 이겨내고 각기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와인기 스타가 된 성공스토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줬다.

그러나 누나 최진실이 폭력이 점철된 떠들썩한 이혼과 그에 따른 우울증으로 2008년 10월2일 자살한 데 이어, 약 1년 반 만에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들 남매의 성공신화는 슬프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둘은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은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최진영은 지난해 KBS 2TV '박중훈 쇼'에 출연해 "밥을 먹을 돈은 커녕 등하교시 버스를 탈 돈이 없어 먼 거리를 통학해다녔고, 누나가 햄버거 가게에서 온종일 아르바이트하고 난 후 얻어오는 햄버거 한 개를 기다렸다가 먹었다. 누나를 기다렸다기보다 누나가 날 주려고 한 개씩 얻어오는 햄버거를 매일 기다렸다"고 말했다.

최진실이 이 시절 밥 대신 수제비만 먹어 돈을 벌고 난 후에는 한동안 수제비를 거들떠 보기도 싫어했다는 사연은 전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하다.

최진실은 그러나 이후 TV에 출연해 "수제비를 너무 많이 먹어 다시는 수제비를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수제비가 다시 먹고 싶어졌다. 나만큼 수제비를 잘 끓일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수제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진실은 스무살이던 1988년 한 CF에서 유명 여배우 대신 수영장에 뛰어드는 대역 연기를 펼치는 등 단역 모델을 시작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러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카피가 대히트를 친 가전 CF 이후 연예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했고, 이후 20년 큰 사랑을 받으며 연예계의 정상에 군림했다.

최진실이 연예계에서 성공하면서 최진영이 누나의 뒤를 따랐다. '최진실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하기는 했지만, 최진영도 귀여운 외모로 어필하며 1990년대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최진실은 동생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며 동생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최진영 역시 누나의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제일 앞에 서서 해결하려 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 남매는 연예계에서 '용감한 최씨 남매'로 불렸다.

특히 최진영이 배우로서 지지부진하다 1999년 '스카이'라는 예명으로 1집을 내고 가수 데뷔를 했을 때는 최진실이 동생의 재기를 기원하며 종횡무진 홍보활동을 펼친 사실이 유명하다. 그는 톱스타였는데도 동생의 음반 홍보를 위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열과 성을 다해 연예계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최진영은 당시 "누나를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고 싶다"고 누누이 말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들 남매의 성공 신화에는 서서히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최진실이 조성민과 이혼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최진영이 연예계에서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것.

최진실은 정점에 있던 2000년 프로야구계 톱스타인 조성민과의 결혼으로 동화 같은 러브 스토리를 보여줬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와 일본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투수의 결혼은 국내외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원만하지 않았고, 2004년 8월 조성민이 최진실의 집에서 폭력을 휘둘러 긴급체포되는 사건까지 불거진 후 둘은 2004년 9월 이혼했다. 이후 최진실은 모든 연예활동을 접는 등 연기 인생에 큰 타격을 받았고, 한 아파트 건설업체로부터 "분양광고 모델계약을 맺은 뒤 사생활 관리를 잘못해 기업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3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랬던 최진실은 2005년 KBS 2TV 드라마 '장밋빛 인생'으로 재기에 성공하는데,그 뒤에는 그의 옆을 항상 지켜주던 최진영이 있었다. 둘은 수시로 깊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줬고, 그 누구보다 단단한 오누이의 정을 나눴다.

그것이 어떤 때는 너무 과하게 표출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07년 최진영이 출연한 KBS 2TV 아침드라마 '사랑해도 괜찮아'의 쫑파티에 동생을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최진실이 제작진 중 한명과 시비가 붙자 최진영이 "왜 우리 누나에게 뭐라고 하느냐"며 폭행을 휘둘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사건을 두고 둘의 지인은 너나할 것 없이 "역시 남매는 용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2008년 MBC TV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아줌마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킨 최진실은 당시 인터뷰에서 "진영이가 아빠처럼 조카들을 너무 잘 봐줘 고맙고, 그런 진영이가 집안을 지키고 있어 너무 든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진실은 끝내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 자녀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최진영은 자택에서 목 맨 채 숨진 누나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누나의 목에 감긴 줄을 풀어줬다.

최진영은 이후 한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많이 했고, "밤에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밤을 꼬박 새운 뒤 아침에야 잠을 잔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줬다.

최진영은 그러나 한동안의 방황 뒤 "누나가 생전에 그렇게 소원하던 대학에 진학하겠다"며 2009년 한양대 예술학부에 진학했고, 어머니와 함께 두 조카를 키우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듯 보였다.

그는 지난달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고, 지난 2일에는 연예계 복귀 계획을밝히는 기자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7일 뒤 그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누나의 뒤를 따랐다.

한편 법원은 최진실이 죽은 지 1년여 뒤인 지난 2월 최진실의 이혼 당시 한 건설업체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그의 소송을 이어받은 두 자녀가 옛 소속사와 연대해 이 건설업체에 총 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인터넷 뉴스팀


▲ 동영상 = 최진영 사망…목 주변 붉은 자국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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