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D영화 ‘레디고’ 스토리 개발은 ‘NG’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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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입체영화의 현주소

‘아바타’가 촉발시킨 3D 영화 열풍은 유성영화나 컬러영화의 도입에 견줄 만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3D 영화 제작 수준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사진은 영화 ‘아바타’와 CGV 3D영화관 사진을 합성한 것임.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바타’가 촉발시킨 3D 영화 열풍은 유성영화나 컬러영화의 도입에 견줄 만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3D 영화 제작 수준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사진은 영화 ‘아바타’와 CGV 3D영화관 사진을 합성한 것임. 동아일보 자료 사진

《3차원(3D) 입체영화 ‘아바타’가 국내에서 1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역대 세계 영화 흥행수입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국내 영화계에서도 3D 영화 제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입체영화 테스트베드 사업을 벌인 데 이어 올해에는 15억 원을 투자해 인력양성 제작지원 해외배급 등 일괄지원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3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국형 3D 영화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토론회를 연다.》

기술훈련-장비 등 아직 미흡
실사 장편영화 잇달아 추진

공간감 느낄 수 있는 소재 요구
예술-기술 결합 인력 길러야


○ 1968년 ‘천하장사 임꺽정’이 최초

계획 중인 국내 3D영상물 -윤제균 감독 ‘제7광구’ ‘템플스테이’
-곽경택 감독 ‘아름다운 우리’
-다큐 ‘한반도의 공룡 2’
계획 중인 국내 3D영상물
-윤제균 감독 ‘제7광구’ ‘템플스테이’
-곽경택 감독 ‘아름다운 우리’
-다큐 ‘한반도의 공룡 2’
국내 3D 영화의 시초는 1968년 개봉한 이규웅 감독의 ‘천하장사 임꺽정’이다. 같은 해 임권택 감독의 ‘몽녀’도 3D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밀한 촬영 기법과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뒷받침되고 상영관까지 확충된 최근의 3D 열풍은 예전과 같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유성영화나 컬러영화의 도입에 비교할 만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본격적인 국내 3D 실사(實寫) 장편영화 계획도 잇따르고 있다. 윤제균 감독의 SF블록버스터 ‘제7광구’와 판타지 ‘템플스테이’, 2002년 연평해전을 다룬 곽경택 감독의 블록버스터 ‘아름다운 우리’가 3D로 제작될 예정이다. 2008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도 3D로 다시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3D 영화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영진위 기술사업부 최남식 과장은 “미국과 유럽에선 수십 년 전부터 3D 영화 연구가 이뤄져왔고 관련 산업이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선 기본적인 기술 훈련이 필요한 상태이고 장비도 매우 미흡하다”고 말했다. 3D 입체 장비 개발업체인 레드로버의 김정회 소장은 “3D 영화를 만들려면 기획, 시나리오, 촬영, 연출에 이르는 전체 제작 시스템을 3D에 맞게 갖춰야 하는데 한국은 시스템도 없고 제작 경험도 전무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촬영감독인 빈스 페이스와 함께 입체 촬영 전문 회사 ‘페이스’를 설립해 3D 영화 연구에 몰두했고, 소니와 공동으로 입체 실사 카메라 장비를 개발해 마침내 세계적인 히트작을 탄생시킨 것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 “촬영 기술 2,3년 내 크게 발전할 것”

지난해 최익환 감독이 영진위의 입체영화 테스트베드 사업에 참여해 8000만 원을 지원받아 15분짜리 3D 단편영화 ‘못’을 제작했으나 아직은 국내 3D 기술을 시험해 볼 ‘시험용’ 단계로 평가받는다. 최 감독은 “앞으로 2, 3년 동안 3D 촬영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기술보다 중요한 건 관객들이 3D를 새로운 ‘체험’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3D에 맞게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D로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3D 영화로 만들어봐야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뜻이다. 3D에 적합한 영화 소재로는 스포츠나 공연 등 공간감을 만끽할 수 있는 영상들이 꼽힌다. 2008년 미국에서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3D 다큐멘터리 ‘해나 몬태나’의 경우 아이돌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의 콘서트를 디지털 입체방식으로 촬영했다.

입체 콘텐츠 제작업체인 빅아이엔터테인먼트의 최용석 대표는 “2D 영화와 달리 3D 영화는 관객이 공간을 체험해야 하므로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요구된다”며 “스토리 전개부터 3D 공간 체험에 적합하도록 최적화하는 기획력과 연출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광운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3D 영화 제작을 위해 예술성과 기술력을 융합한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국내 극장업계의 3D 상영관 확충도 주목할 만하다. CGV는 전체 575개 스크린 가운데 84개인 3D 영화 상영 스크린을 올해 전체 스크린의 30%로 늘릴 예정이다. 롯데시네마도 전체 스크린 411개 가운데 34개인 3D 스크린을 올해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유재연 인턴기자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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