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 띄우는 ‘공부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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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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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잘못된 공부법 문제”제작자 “현실에 대입은 무리”

KBS2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에 나오는 수학교사 차기봉(변희봉). 그는 “순간적, 자동적, 기계적으로 풀어라”면서 주입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진 제공 KBS
KBS2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에 나오는 수학교사 차기봉(변희봉). 그는 “순간적, 자동적, 기계적으로 풀어라”면서 주입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진 제공 KBS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대학 입시를 주제로 한 KBS2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이 19일 시청률 25.8%(TNS 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드라마가 명문대 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부의 신’은 파산 위기에 처한 병문고에 변호사 강석호(김수로)가 찾아와 학교 재건을 목표로 명문 국립 천하대 특별반을 만들고, ‘꼴찌’들을 일류대에 진학시킨다는 내용. 제작진은 “학부모와 수험생에게 공부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강석호는 4일 방송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사회에는 룰이라는 게 있다. 이 룰을 만든 사람은 똑똑한 놈들이다. 패배하지 않으려면 공부뿐이다.” 결국 인생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명문대에 가야 하며 입시에 실패하면 패배자가 된다는 말이다.

지정순 밝은청소년지원센터 미디어전문위원은 “전형적인 ‘1등 지상주의’ 논리일 뿐만 아니라 천하대 입학자는 승리자, 이외는 모두 패배자로 모는 이분법적 시각”이라며 “‘180cm 이하 남성은 루저’라는 발언과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최성원 KBS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공교육에서도 우수하고 노력하는 교사가 많은데 드라마는 교육 현실을 왜곡하고 학생들에게는 1등만 강요하고 있다”면서 “26일 열리는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입시 전문가들은 “일본 만화와 드라마를 바탕으로 만든 ‘공부의 신’은 본고사 폐지, 입학사정관제 도입, 내신비중 강화에 초점을 맞춘 우리의 현재 입시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수학교사 차기봉(변희봉)이 “수학은 암기다”라며 기계적인 문제풀이를 지시하는 장면은 주입식 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윤상 대원외고 3학년 부장교사는 “우리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는 드라마다”라며 “이 드라마를 보고 명문대를 꿈꿨던 학생들에게 되레 실망감이나 패배감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여고 수학교사는 “‘무조건 외우라’는 잘못된 학습법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게 아쉽다. 문제를 외울 시간에 원리를 이해하거나 변형된 문제를 푸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배우들의 대사를 학생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응진 KBS 드라마국장은 “드라마를 드라마 자체로 봐야지 현실의 문제(입시)를 직접적으로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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