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라이언 오르가슴 소리에 영국 학부모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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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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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레스토랑 씬.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레스토랑 씬.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년 개봉)를 본 사람이라면 극 중 샐리로 나온 여배우 멕 라이언이 레스토랑에서 보여준 '가짜 오르가슴' 연기를 기억할 것이다. 분주한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대학 동창 해리(빌리 크리스털)과 식사를 하던 중 "모든 여자들은 성관계 도중 가짜로 절정에 오른 척 한 두 번 연기를 한다"고 말하고 못 미더워하는 해리에게 직접 시연해 보인 장면이다. 라이언의 모습을 본 한 중년 여성은 음식을 주문하면서 "나도 저 여자가 먹는 걸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등 이 장면은 코미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그것도 앞뒤 다 생략하고 영상도 없이 라이언의 신음만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 일이 최근 영국에서 벌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은 21일 영국 공영방송 BBC 라디오에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방과 후 어린 자녀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가던 학부모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 것. 어떤 여성이 한창 절정에 이른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 공영 방송에서 여과 없이 흘러나온 것이다.

라디오 진행자 스티브 해리스가 여성용 비아그라로 알려진 신약 프리반세린(flibanserin)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나오는 라이언의 연기 장면을 튼 것이다.

진행자 해리스는 "여러분은 여성용 비아그라에 관심이 있으신가요?"라고 질문을 하고 이 장면을 틀었다. 10여초간 "우", "아", "예쓰, 예쓰, 예쓰"라는 민망한 감탄사만 흘러나왔다. 이어 그는 "아마도 열광적인 반응일 걸로 보이네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BBC의 건강 담당 기자와 프리반세린의 효과에 대해 떠들었다. 항우울제로 개발된 약제 프리반세린이 동물 실험 결과 여성에게 성욕 증진의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런 행동은 부모들에게 커다란 당혹감을 안겨줬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7살짜리 딸을 둔 한 부모는 "소리의 정체에 대해 알려주느라고 진땀을 빼야 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부모들을 위한 상담 사이트의 운영자이자 12살 자녀를 둔 스티브 마스터스는 "때때로 라디오 진행자들은 그들의 청중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낮 시간대 방송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인 BBC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언론의 의무를 망각한 심각한 일이라는 반응도 많다.

파문이 확산되자 BBC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제의 장면은 멕 라이언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나오는 한 장면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결코 청취자들을 불쾌하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 유익한 토론을 진행하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소품으로 소개한 것"이라며 "이 장면은 지난 20년간 영화사상 최고의 장면으로 유명하다"고 해명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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