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니코프의 피아노 선율에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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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KBS2 ‘클래식 오디세이’… 해설과 함께 4곡 직접 연주

1994년 당시 21세이던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멜니코프(36)는 러시아 음악계의 거장 스뱌토슬라프 리치테르를 대신해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리치테르가 갑자기 몸이 아파 무대에 서지 못하자 평소 그가 총애하던 제자 멜니코프가 대신 나선 것이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멜니코프는 ‘리치테르 재래(再來)’로 불렸다.

KBS2 ‘클래식 오디세이’(사진)는 17일 밤 12시 45분 멜니코프의 피아노 야외 연주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197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6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멜니코프는 슈만 국제피아노콩쿠르(1989년),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1991년) 등에서 우승했다. 2000년과 2002년 영국 BBC가 선정한 ‘신세대 아티스트’에 꼽히기도 했다. 멜니코프는 당시 리치테르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것에 대해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라며 “리치테르는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멜니코프는 기교를 뽐내기 싫어한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종종 피아니스트들이 작품을 기교를 뽐내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것을 본다”며 “하지만 기교에 치우쳐 음악적인 언어를 잊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음악가는 청중에게 작곡가의 생각을 전달해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멜니코프는 김치를 직접 담가 먹으며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도 지니고 있는 ‘별난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러시아의 정통 피아니스트 계보를 잇는 신세대 연주자로 불리지만 정작 그는 그런 평가가 선입견에 가깝다고 말한다. 멜니코프는 “제 자신을 러시아 음악 안에 가두고 싶지는 않아요. 다양한 음악에 도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멜니코프는 방송에서 20세기 러시아 피아노계의 두 거장 알렉산드르 스크랴빈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연주곡을 2곡씩 직접 연주하며, 곡에 대한 해석도 곁들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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