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묘미는 돌발상황…50%만 준비해가고 현장서 즉흥기획”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해피선데이’ 나영석 PD

예능프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의 한 장면. 사진 제공 KBS
예능프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의 한 장면. 사진 제공 KBS
갑작스럽게 기온이 내려간 2일. 20%대 중반의 시청률로 전체 예능프로그램 1위를 달리고 있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의 나영석 PD(사진)를 만났다. 인터뷰 장소인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의 커피숍까지 추위가 느껴졌지만 그는 “추우면 멤버들이 고생하는데 그럴수록 시청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추우면 더 좋다”며 웃었다.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를 모토로 내세우는 ‘1박2일’의 묘미는 출연진 6명과 제작진이 여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점에 있다. 9월 전남 영암군을 찾았을 때에는 출연진이 스태프 80명을 상대로 ‘잠자리 복불복 게임’을 즉석에서 제안해 게임에서 진 제작진 전원이 야외에서 잤다.

“준비해 가는 것은 딱 50%이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기획해요. 제작진이 갑자기 밖에서 자게 된 날도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이 TV에 나오는 게 과연 재미가 있을까 걱정했죠.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찍어놓고도 방송에 내보내야 하나 고민했어요. 시청률이 나오기까지는 정말 피가 마릅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SBS ‘패밀리가 떴다’가 최근 참돔 낚시에 대한 인위적 연출 논란에 휩싸였고, ‘1박2일’도 지난달 방송에서 출연진이 1988년 올림픽 굴렁쇠 소년을 우연히 만난 게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는 “경쟁 프로그램(패밀리가 떴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며 “굴렁쇠 소년은 우리 제작진도 우연히 만난 것이고, 이렇게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슈가 되는 것을 보고는 리얼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나 PD는 6명의 출연진 못지않게 방송에 자주 등장한다. 출연진에게 미션을 전달하고 출연진과 게임 결과를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된다. 그는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재밌는 사람도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사실 조금 부담스러워서 이제 나오는 분량을 줄이려고 한다”고 웃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예능 감각을 인정받아 최근 다른 방송의 MC 자리까지 차지한 가수 이승기에 대해서는 ‘허술한 욕심쟁이’라고 말했다. “이승기 씨는 연기도 버라이어티도 노래도 다 잘하고 싶고, 시청자도 제작진도 다 자기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그게 장점이죠. 그런데 너무 잘하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썩 잘하지는 못한다는 점, 그 간극에서 오는 웃음이 있어요.”

‘1박2일’은 지난해 백두산을 찾은 데 이어 현재 남극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7, 8월부터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필요한 것이 100이라면 아직 20밖에 안 돼 있어요. 남극에서 촬영하려면 최소 보름이 필요한데 출연진 스케줄, 자금, 날씨 여러 문제가 해결돼야죠. 사실 그것보다는 남극이라는 극한 환경까지 다녀오면 마치 우리 프로그램이 끝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는 않을까, 그 점이 가장 걱정입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