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앨범 ‘판타스틱…’낸 이승환 “잘하는 후배 보면 불끈 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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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7시 00분


가수 이승환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앨범을 냈다. 그의 히트곡들이 실린 음반에는 유희열, 김진표, 알렉스 등 후배 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제공|플럭서스 뮤직
가수 이승환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앨범을 냈다. 그의 히트곡들이 실린 음반에는 유희열, 김진표, 알렉스 등 후배 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제공|플럭서스 뮤직
누가 이 남자에게 불혹을 넘겼다고 섣불리 말할 수 있을까. 가수 이승환은 여전히 젊다.

음악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이나 남들보다 반 박자 빠르면서도 위트를 놓치지 않는 말투가 그렇다. 대중문화의 여러 분야 가운데 가장 부침이 심한 가요계에서 확실한 터전을 잡고 팬을 확보한 이유 역시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젊은 감각 덕분이다.

이승환은 그 비결로 ‘질투’를 꼽았다. 음악 잘하는 후배들을 볼 때면 그는 여전히 질투심에 사로잡힌다고 했다. “‘어린 것들이 저런 걸?’ 하하. 사실 제겐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죠. 새로 나온 좋은 음악들의 절반쯤은 저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걸 쫓아가는 음악을 하고 있는 셈이죠.”

이승환이 ‘새 음악’에 도전하며 보낸 시간은 20년이다. 1989년 음반 ‘B.C 603’으로 데뷔한 그는 이달 15일로 정확히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팬들은 광화문 사거리 전광판에 축하 광고까지 냈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했다.

“애들한테 괜한 돈 썼다고 한 마디 했죠. 그동안 뻥튀기 홍보는 하지 않았어요. 대대적으로 뭘 알리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여전히 간지럽거든요.”

이승환은 5월 친구인 플럭서스 뮤직의 김병찬 대표로부터 20주년 기념 음반 제의를 받았다. “너의 지명도가 땅에 떨어졌으니 기념음반으로 다시 시작해보자”는 김 대표의 제안을 이승환은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온 음반이 27일 출시된 ‘환타스틱 프렌즈’. 이승환의 히트곡 ‘덩크슛’, ‘붉은 낙타’,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등을 후배 가수들이 나눠 불렀고 신곡 2곡까지 총 10곡을 담았다. 유희열 윤도현 김진표 타이거JK을 비롯해 알렉스 호란과 록그룹 넬의 김종완 등 좀처럼 한 음반에서 만나기 어려운 가수들이 모였다.

“늘 음반에는 음악을 풍성하게 넣고 싶은데 10곡으로만 정하기가 난처했어요. 아쉬운 건 내년에 나올 정규 10집 음반으로 풀어야죠.” 자신은 미련이 남는 듯 했지만 ‘환타스틱 프렌즈’는 이승환의 히트곡을 CD 한 장에서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음반이다. 무엇보다 그 노래들이 개성 강한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려졌다는 점도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데뷔한 89년은 음악만 있으면 배가 불렀던 때”

기념 음반을 내놓은 이승환의 다음 프로젝트는 크리스마스의 대규모 콘서트다.

12월24일부터 3일 동안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여는 공연을 위해 이승환은 요즘 일주일에 5일씩 매일 3시간 동안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몸을 만들고 있다. “체력이 곧 힘”이란 생각에 최근 술을 끊고 체중조절도 시작했다.

“제가 ‘집돌이’잖아요. 모든 운동도 집에서 해요. 4년이 좀 안 된 제 차의 주행거리가 8200km니까 말 다했죠. 차를 너무 안 타서 얼마 전엔 공장까지 들어갔어요. 동안 비결도 사실은 집에만 있는 습관이죠. 서태지 보세요. 집에만 있다는데 전혀 늙지 않잖아요.”

여기에 “망각을 잘하는 짧은 그의 기억력”은 오래 노래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데뷔 때를 떠올리면 음악만 있으면 배가 불렀던 시절”이라고 돌이킨 그는 “20년 동안 음악도 인생도 순리대로 흘러온 것 같은데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누구나 아쉬움이 남는 일은 있는 법. 이승환은 “다시는 다른 뮤지션의 음반은 제작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가수 이소은 정지찬 더클래식 등의 음반을 제작했다. 가장 히트한 건 1994년 더클래식이 부른 ‘마법의 성’이다.

하지만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고 방송사와도 친하지 않은 상황에서 몇 억원씩 쏟아 붓고 좋은 음악만 고집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는 생각에 제작에 관한 일은 모두 정리했다. 사실 이승환은 그동안 ‘홍보하지 않는 가수’로도 유명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을 때 더 불행한 것 같아요. 남은 욕심이 있다면 나이 들어서도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서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진짜 음악 하는 사람답게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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