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배우 장근석을 보는 상반된 눈길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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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근석(22). 그는 여성들의 ‘로망’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서 2만5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등을 차지할 정도로 빼어난 외모를 지닌 그는 진중하고 예의바른 태도와 로맨틱한 음성으로 누나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장근석의 행보는 포스트모던(?)하다. 고3 수험생이 하루아침에 아기의 아빠 역할을 하는 영화(‘아기와 나’)에 출연하거나 댄스곡을 녹음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꽃미남 청춘스타다. 반면 ‘엣지’ 있는(멋진) 트렌드 드라마를 고사하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정극 연기에 도전하는 모습은 주도면밀하게 커리어를 관리하는 ‘애늙은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긴 안목 고된 역 도전하는 ‘근성파’
꽃미남이면서 심각한 척 ‘내숭쟁이’

최신작 ‘이태원 살인사건’(9일 개봉)에서 장근석은 중대한 변신을 시도한다. 섬뜩한 살인 용의자 ‘피어슨’ 역을 통해 잔인한 냉혈한으로 나아간 것이다. 변화무쌍한 장근석의 행보, 어떻게 봐야 할까. 두 30대 여성이 논쟁을 벌였다. 한 여성은 그를 ‘뼛속까지’ 좋아한다고 했고, 또 다른 여성은 그를 ‘내숭쟁이’라 여긴다고 했다.

여성1=장근석을 볼 때마다 현빈이나 정일우 같은 남자배우들과 대조적이란 생각을 해요. 현빈과 정일우는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 같은’ 드라마와 영화에만 출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론 실패하죠. 하지만 장근석은 달라요. 인기에 편승하는 듯하면서도 자기 길이 분명하지요. ‘이태원 살인사건’도 꽃미남 배우로선 모험이거든요. 장근석은 뭐랄까, 인생을 길게 보는 것 같아요.

여성2=그런 장근석이 여우보다 약다고 생각해요. 남자다운 척하는 장근석의 모습이 맘에 안 들어요. 잘생겼으면서도 속으론 ‘난 잘생기지 않았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듯한 이미지가 내숭이라고 생각해요. 얼굴은 잘생겼으면서도 드라마에서 턱수염을 기르거나 지나치게 분위기 있고 심각한 척하는 모습을 보세요. 그러다 보니 ‘이태원 살인사건’에서도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여성1=무슨 말씀인지. 전 아직도 영화 속 장근석의 싸늘한 웃음이 꿈에 나와요.

여성2=일반적으론 그걸 ‘강렬한’ 연기라고 하겠죠. 하지만 이 영화에선 그러면 안 돼요. 그는 살인마의 이미지를 위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사이코패스의 표정을 복사하잖아요? 이 영화에선 반대로 했어야 해요. 어차피 누가 살인자인지 결론내지 못한 채 결말을 열어 놓는 영화잖아요? 그런 만큼 장근석은 오히려 무표정하면서도 사연이 있는 듯한, 그런 깊은 표정으로 승부했어야 해요. 역시 나이는 못 속여요. 아직 어리죠.

여성1=장근석이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왔을 때 ‘아, 이 배우는 오래 가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잘생긴 얼굴을 쉽게 팔 수 있는 역할도 아니고, 게다가 트럼펫을 연주하는 연기까지 해야 하는 고된 배역이었죠. 그는 쉽고 편한 길을 가지 않아요. 영화 ‘즐거운 인생’에 이어 ‘이태원 살인사건’까지 배우 정진영과 함께 출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여성2=저는 배우 장근석이 마음속 롤 모델로 삼는 선배 배우는 두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정진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병헌이죠. 서울대 나온 정진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면서 지적인, 중심이 확실한 이미지죠. 또 이병헌은 잘생긴 얼굴을 갖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면서 커리어를 관리하죠. 장근석의 발성법은 이병헌의 그것과도 닮았어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여자들 홀리는 거요.

여성1=아, 천박해요. 장근석은 자녀를 둔 주부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는 무녀독남이잖아요? 보통 무녀독남들이 버릇도 없고, 특히 잘생긴 애들은 얼굴값을 하게 마련인데…. 장근석을 보세요. 선배들에게 예의도 바르고,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하지요.

여성2=전 배우들에겐 사계절이 있다고 생각해요. 봄여름가을겨울이 모두 있단 얘기죠. 스물두 살이면 스물두 살다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실수도 좀 하고, 때론 아무 생각 없이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면서 배우는 깨닫고 성장하는 거 아닌가요?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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