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의 씨네에세이] 수애의 남모를 땀방울 영화보고 알게 됐네요

  • 입력 2009년 9월 21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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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00만명의 관객이 영화 ‘해운대’를 보았으니 그 특정 장면을 한 번 떠올려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해운대에 거대한 지진해일이 몰아닥친 뒤 이를 피하기 위해 하지원이 전신주에 아슬하게 매달린 장면을 기억하시는지요. 전신주 위에서 설경구를 구하려 사력을 다해 손을 잡지만 결국 놓치고 난 뒤 그를 절규하듯 부르던 장면이었지요.

이 장면에서 하지원의 절규는 후시 녹음입니다. 하지원은 영화 촬영이 끝난 한참 뒤 이 장면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답니다. 촬영 당시 긴박했던 느낌을 다시 되살리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하지원은 자신의 손을 묶은 채 녹음을 진행했다는군요. 부자유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절박했던 느낌을 되살려낸 것이지요.

배우들의 이 같은 노력이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한 것임을 알게 해 준 사람은 또 있습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주연 수애입니다. 최근 그녀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수애는 서운할지 모르겠습니다만-인터뷰는 그리 매끄럽지 않은 흐름이었다는 느낌이 한동안 남았습니다.

그것이 순전히 기자의 능력 부족임을 알게 된 건 시간이 좀 흐른 뒤였습니다. 인터뷰 중 ‘배우들은 극중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하는데’라고 물었습니다. “내 속에 들어오면 잘 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공허하다. 만남은 좋지만 이별은 싫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비워나갈 즈음이면 또 채워야 한다. 그래서 사람과 관계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늘 설렘과 두려움이 있지만 아무래도 두려움이 크다”면서.

무언가 절실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며칠 뒤 수애를 다시 만났습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제작사인 싸이더스FNH 김미희 대표와 연출자 김용균 감독을 만나는 자리에 예고 없이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습니다. 그러다 함께 했던 다른 기자가 하지원의 사례를 말해주며 ‘아무래도 촬영이 끝나고 한참 지나면 그 느낌을 되살리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고 말했습니다. 수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 역시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촬영을 오래 전에 끝낸 뒤 확정된 개봉 일정에 맞춰 홍보에 나섰으니 극중 캐릭터의 느낌 혹은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수애는 인터뷰에서 ‘불꽃처럼 나비처럼’ 속 명성황후의 모습을 되살리려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지요.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뒤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절실한 것이었는지도 느끼게 됐습니다. 그런 노력을 미처 몰랐던 것을 알게 된 뒤 ‘능력 부족’의 문제가 더욱 또렷해지고 말았습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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