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월 석달간 전국 곳곳 ‘영화제 홍수’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국내 곳곳이 영화제 홍수에 빠졌다.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열리는 영화제만 17개.

13일부터 충북 제천 호반에서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시작으로 9월 말까지 전국에서 영화제가 없는 날은 이틀(9월 6, 7일)뿐이다.

신생 영화제도 3개나 된다.

3분 내외 초(超)단편 영상작을 선보이는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SESIFF)’, 관람료 대신 기부금을 받는 ‘서울국제사회복지영화제(SIHF)’, 비무장지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DMZ 다큐멘터리영화제’가 올해 처음 열린다.》

17개 줄줄이 열려… 지역홍보 겨냥 대부분 지자체서 후원
제살깎기식 과열경쟁 이어져 상영사고 등 부작용 우려도

국내 영화제의 시초는 1996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PIFF). 그 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생겼다. PIFF 출범 13년 만인 현재 영화진흥위원회가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영화제만 46개에 이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0억 원 내외를 지원하는 6개 영화제(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화제는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받는다. 영화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자체 홍보에 일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매년 실시하는 국내 영화제 평가 사업에 참여했던 영화평론가 황영미 씨는 “문화축제 중 단기간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축제가 영화제”라며 “특히 지역 이미지를 문화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영화제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감상 기회를 제공하고 미개봉 국내외 신작들을 미리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영화제는 순기능이 많은 것이 사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급증하면서 갖가지 문제점도 떠오르고 있다.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은 제살 깎아먹기 식 과열 경쟁으로 이어진다. 특히 국내에서 상영되지 않은 작품(프리미어)을 끌어오기 위해 배급사에 선심 공세를 펼치기 일쑤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유운성 씨는 “배급사들이 영화제에 요청하는 상영료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영화제마다 프리미어 상영에만 집착한 나머지 축제의 전반적인 완성도에는 신경을 덜 쓴다”고 말했다. 최근 한 영화제에서는 배급사가 1회 상영에 500만 원이라는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영화를 끌어오기 위한 상금 경쟁도 치열하다. 보통 1000만 원대에서 형성되던 영화제 상금이 두 배가량 뛴 곳도 있다. 19일부터 열리는 ‘시네마디지털서울 2009’도 장편 경쟁 부문에 각각 2000만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관객에 대한 홍보는 대부분 제자리를 면치 못한다. 얼마 전 열린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는 국내 고정 팬이 많은 일본의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이 방한했는데도 관객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인력도 대부분 3개월∼1년 계약직으로 운영되다 보니 처우 개선 문제가 뒤따른다. 기술인력도 부족해 상영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시네마디지털서울에서는 개막작 ‘24시티’가 20분 정도 상영되다 중단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지석 씨는 “무엇보다 영화제가 특정한 시기에 몰리고 성격이 유사한 행사가 난립해 개성을 찾기 쉽지 않은 게 문제”라며 “대부분 역사가 일천한 만큼 각 영화제가 고유의 성격을 잡아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김현승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4학년

조범철 인턴기자 고려대 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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