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억지 설정 이젠 멈춰 줘”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MBC 아침극 ‘멈출 수…’ 끼워맞춘 스토리 반복

MBC 아침드라마 ‘멈출 수 없어’(월∼금 오전 7시 50분·사진)가 ‘끼워 맞추기’ 식 억지설정을 반복하고 있다.

‘멈출 수 없어’는 맑고 순수한 여인 연시(김규리)가 남편 병주(원기준)와 시어머니 봉자(정애리)에게 버림받은 뒤 사업에 성공해 복수한다는 줄거리다. 제작진은 드라마 홈페이지에 ‘인간이 주변의 여건에 의해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는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7월 13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같은 달 27일 연시와 병주가 깜짝 결혼식을 올리는 이야기를 방영했다. ‘봉 섬유’ 사장인 봉자는 연시가 고아라는 이유로 이들의 결혼을 반대해왔다. 연시 앞에서 “없는 것들은 자존심도 없다”고 빈정대는가 하면, 연시가 만든 음식을 “이딴 거 안 먹고 살았다”며 쓰레기통에 쏟아 부었다.

결혼 이후부터 이달 3일 방송 분까지 봉자는 연시를 좋아하는 회계사 수리(이지훈)와 연시가 자리를 함께하도록 계략을 꾸미고, 몰래 이들의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내 아들 부부를 이간질하고 있다. 순한 연시를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기 위해 설정한 시어머니의 포악한 행태나 남편의 의심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연시와 봉자가 과거의 악연으로 얽혀 있다는 설정도 자연스럽지 않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엄마 효선(이보희)과 살던 연시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뒤 이모 효숙(선우용여)과 함께 산다. 그러나 효선은 죽은 게 아니라 기억을 잃고 효숙의 도움을 받으며 근처에 살고 있다. 연시는 그 사실을 모른다. 게다가 그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봉자다. 연시와 효선의 관계를 모르는 봉자는 연시가 효선을 빼닮았다고 찜찜해한다. 여기에 봉자의 딸 주아(박하선)는 연시의 사촌 인찬(유건)에게 빠져 있다. 앞으로 연시는 혹독한 시집살이에, 믿었던 남편마저 등을 돌리고, 봉자가 엄마를 해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사채업계의 큰손으로 성장해 복수를 펼친다.

이 같은 이야기 구조에 대해 “고리타분한 기억상실증에 복수, 고부갈등,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간 위화감, 뻔한 이야기”(김승용), “뭐 하나 새로울 게 없는 짜깁기”(김종태),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스토리”(박찬화)라는 시청자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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