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월드] “놘 둘 돠”…베컴 한글에 반했다?

  • 입력 2009년 6월 17일 07시 49분


한글, 광고시장 주름잡다

‘한글의 세계화?’

휴대전화 광고에서 순우리말이 마치 외국어처럼 사용돼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서비스 쇼의 새로운 휴대폰 ‘주름폰’과 모토로라 모토V10 광고는 각각 우리말을 색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쇼의 최신 3G휴대폰은 폴더 부분의 독특한 디자인 부분에 착안, ‘주름폰’이란 애칭을 가지고 있다. 해당 광고는 패션쇼에서나 나올법한 눈부신 드레스, 억대의 고급 자동차, 1000만원대 핸드백, 고급 라이터 등 초호화 제품들 속에서 ‘주름’ 디자인을 강조한다.

재미있는 것은 광고 배경음악이 ‘J.U.R.EU.M’이라는 주름의 영문 알파벳을 반복적으로 흥얼거린다는 점. 특히 ‘J.U.R.EU.M[주:름]’이라는 발음기호를 사용해, 마치 세련된 발음으로 ‘쥬름폰’이라는 영어단어를 말하듯 해 재미를 준다.

모토로라 모토V10에서는 좋아하는 색깔에 대해 ‘블랙’과 ‘레드’를 서로 외치고 있는 다양한 화면들 사이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등장해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알 수 없는 발음으로 ‘놘 둘 돠’라고 이야기한다.

이 내레이션은 원래 영어로 ‘둘 다 좋다’는 의미의 ‘아이 라이크 뎀 보스’(I like them both)라고 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심하던 중 한국어 대사로 수정하기로 하면서 많은 연습을 시킨 끝에 ‘놘 둘 돠’가 탄생했다. 물론 베컴의 발음은 많은 연습에도 불구하고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베컴의 어눌하고 독특한 발음은 오히려 ‘저게 무슨 소리야’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 결국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처럼 최근 한글이 영문으로 재탄생하거나 해외스타의 낯선 발음으로 인해, 한글의 영어식 발음은 톡톡 튀는 재미는 물론 다양한 패러디와 유행어까지 낳고 있다.

‘쇼’(show) 광고를 제작한 광고대행사 이노션 이지숙 부장은 “‘주름폰’은 어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이름이지만, 더 세련되고 낯선 단어로 인식하게 해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오히려 강하게 기억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모토로라 V10 광고를 제작한 금강오길비 김용선 국장도 “광고에서는 소비자의 주목도를 이끌기 위해 다양한 기법과 장치를 활용하는데, 이번 모토로라 광고에서는 베컴과 같은 월드 스타가 예상치 않게 한국말로 연기를 하는 등 의외성으로 주목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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