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대사 과장된 연기… 의욕만 앞선 스포츠드라마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MBC ‘2009 외인구단’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드라마 ‘2009 외인구단’(토일 오후 10시 40분·사진)은 시작 전부터 여러모로 관심이 컸던 드라마다. 1980년대 최고 인기를 끌었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을 원작으로 한 데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컴퓨터그래픽(CG)을 맡았던 팀이 CG를 맡아 사실감 넘치는 스포츠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사전 소개도 눈길을 끌었다.

첫 회에서 보여준 야구 CG 장면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360도 회전으로 야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야구공의 움직임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보여주며 속도감을 조절하는 장면은 신선했다. 야구라는 전문 스포츠를 잘 살린 드라마 한 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드라마 시청률은 기대 이하다. 이전 같은 시간대 방송했던 예능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퀴즈’가 평균 15%대였던 것에 비해 외인구단은 10%를 넘지 못한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3회(9일)가 9.7%였으며, 4회는 더 떨어져 6.9%를 기록했다.

외인구단이 시청자에게 외면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겉돌고 어색한 ‘대사’다.

4회의 한 장면. “가지 마. 더 이상은 안 돼. 가지 마.”(마동탁) “(한참을 쳐다보다) 혜성이가 아파. 가야 해.”(최엄지)

또 다른 장면이다. “완전 도둑 키스 하다 들킨 표정인데. 뭐 좋은 일 있어?… 동탁 오빠랑 키스하면 귀에 종소리가 뎅뎅 들릴 것 같아.”(엄지의 친구)

젊은 드라마를 표방하면서 대사는 상투적인 신파극을 보는 듯하다.

등장인물의 포즈도 현실에선 보기 힘들다. 3회 초반 오혜성은 엄지와 동탁을 차례로 만나는데 쓸데없이 강렬한 눈빛을 쏘아대거나 4회에서 프로야구 최고 강타자 동탁이 깡패와 싸우며 야구 배트의 중간을 잡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수준 높은 CG 야구장면과 같은 화려함만으로는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 게다가 야구 CG 장면은 1회 이후 거의 볼 수가 없다. 전문 스포츠 드라마라기보다 맥없는 연애물로 전락한 듯하다.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아쉬움을 표한 글들이 많다. 시청자 정보화 씨는 “기존 만화가 가졌던 캐릭터의 매력도 느껴지지 않고 대사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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