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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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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희 “관대히 봐 주시길”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 재미로 생각해주세요.”
1일 129회로 종영하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주연 장서희를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장서희는 극중 자신을 버린 남편 정교빈(변우민)을 유혹해 망가뜨리는 구은재를 연기했다. ‘아내의 유혹’은 한때 시청률 40%를 넘기며 인기를 모았지만 납치, 불륜, 자살 등 이야기 전개가 선정적이고 캐릭터가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3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족시청 시간대에 불륜과 납치, 과도한 고성과 욕설, 폭행 장면을 내보냈다”며 중징계인 ‘경고’를 내렸다.
“제가 그 같은 비판에 동의한다고 말하면 주연배우로서 제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네가 출연했으니까 그렇지’라는 말을 들을 것 같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아요. 청소년도 보는 시간대니 폭력적인 장면은 문제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관대히 봐 달라고 부탁드려요.”
‘아내의 유혹’은 극중 복수를 결심한 구은재가 얼굴에 점 하나만 찍고 민소희로 변신해 춤 외국어 등을 단기간에 습득한다는 전개 등이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네티즌은 복수를 위해 뭐든지 해내는 구은재와 하느님을 합쳐 ‘구느님’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실제 사람이 점하나 찍었다고 완벽히 변신할 순 없지만 주연 배우가 ‘점 하나 찍었다고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라는 의문을 갖고 연기하면 안 돼요. 제가 은재처럼 변했다고 푹 빠져 연기하면 보는 사람도 공감하는 거죠. 저희도 가끔 대본 보다가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 있었죠. 하지만 죽는 역할을 하는 배우가 진짜 죽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그런 거 다 따지려면 다큐멘터리를 봐야 한다”며 “빠르고 과감한 전개로 새로운 시도를 한 일일드라마라는 점을 칭찬해 달라”고 말했다.
장서희는 ‘인어 아가씨’(MBC 2002∼2003년) 이후 ‘아내의 유혹’으로 재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인어 아가씨’ 때도 ‘장서희는 조연 연기자라 주연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하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들한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죠. ‘인어 아가씨’로 ‘대박’이 난 뒤 작품을 꾸준히 했지만 뜨지 못하자 ‘(장서희가) 한물갔구나’ ‘운이 좋았던 거야’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아내의 유혹’으로 ‘인어 아가씨’ 때보다 연기력을 더 인정받은 것 같아요.”
장서희는 ‘인어 아가씨’ 때도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은아리영’ 역을 맡았다. 그가 ‘독한 복수녀’로 이미지가 굳었다는 시각도 있다.
“캐릭터가 없는 배우들이 더 많잖아요. 적어도 ‘이 분야에선 장서희만큼 할 수는 없어’ ‘장서희는 복수극에 맞아’라는 말을 듣는 건 기뻐요. 복수하면 저를 0순위로 캐스팅할 것 아니에요.”
장서희는 존경하는 배우로 박근형(69)을 꼽았다. ‘인어 아가씨’ 등 5편의 드라마에 같이 출연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박근형 선생님이 ‘배우는 빨리 채우고, 빨리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많이 사랑받고 큰 상 받아도 빨리 버려야 한다고. ‘인어 아가씨’ 때는 아리영에서 헤어나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드라마가 끝나는 동시에 은재를 버릴 거예요. 사랑받은 건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